#. 환자에게 "왜 검사하냐"는 질문을 받은 서울 A내과 원장. 그는 무심코 "그냥 필요하니까 하는 검사"라고 답했다가 부당한 진료를 했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보건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환자가 의사의 답변을 녹음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14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혜택을 보려는 환자들과 병의원의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의파라치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B내과 원장은 "선생님 (치료기간 등을) 몇 개월만 더 적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딱히 의원에 피해가 오는 게 없다고 생각해 적어준 적도 있었는데 보험사기 방조 혐의라며 경찰에게 연락을 받았다"라며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인데…"라고 털어놨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다른 C의원에 가서 같은 요구를 했다가 C의원 원장이 이를 거절하자 "B내과 의원에서는 해줬는데"라는 말을 했다. 이에 C의원 원장이 B내과 의원을 보건소에 신고한 것이다.
환자는 의사를, 의사는 또 다른 동료 의사를 신고하는 상황이 악순환처럼 돌고 있는 것. 이 틈을 비집고 의파라치가 등장하는 것이다.
실손보험 표준약관에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 제외 문제로 실손보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류여해 법제이사는 우선 악순환의 꼬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비양심적인 의사도 많다"며 "이들이 과잉진료를 하거나 비용을 많이 받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니 환자들도 원성이 생기게 되고 파파라치도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의 몰지각한 의사들 때문에 건실하게 진료하는 다수의 의사가 힘들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믿지 못하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가장 먼저 불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파라치를 피하기 위해서 꼭 강조하는 것은 녹음과 기록이다.
류 이사는 "녹음이 생활화된 만큼 환자들이 녹음을 해서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편집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의사도 자기방어를 위해 녹음을 해두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자신이 실손보험을 의지하고 과잉진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며 "수술과 치료 기록도 세심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기억이 절대로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세심하게 기록하면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류 이사의 설명.
법무법인 해동 정용진 변호사도 "환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의사가 먼저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은 오해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환자가 먼저 실손보험이 되냐고 물어도 섣불리 대답해서는 안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환자가 외출할 때는 사유와 복귀 시간 등을 확실하게 기재하는 등 외출, 외박 장부 작성 및 통제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 약관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정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류 이사는 "보험사마다 약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진료과목의 약관은 보험사마다 구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며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 제외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홈페이지도 수시로 확인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