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산부인과 기피 현상으로 활동 전문의가 급감하면서 산과 전문의 몸값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분만병원들은 높아지는 인건비에 허리가 휘고 있다며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A산부인과병원 원장은 "분만 건수는 점점 줄어가는데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니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분만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산과 전문의들의 몸값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지방에서는 연봉 2억원을 보장해도 뽑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상황.
위험도와 삶의 질의 영향으로 이미 최근 10여년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극도로 떨어지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분만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과 전문의가 필수적이지만 활동하는 전문의 수가 급격하게 줄다보니 몸값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몇 년간 바닥을 치지 않았느냐"며 "분만이 마비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야간 분만을 맡아줄 전문의가 극도로 귀해졌다는 점이다.
수년전부터 산부인과 지원자 중 여성 의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야간 근무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뜩이나 구하기 힘든 산과 전문의 중에서 더 희귀한 남성 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몸값을 감당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B산부인과병원 원장은 "몸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야간 분만 전문의를 워낙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산부인과병원에서 야간 분만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특히 야간 근무를 하더라도 서울권 근무를 선호하다 보니 지방에는 야간 분만을 맡을 산과 전문의가 씨가 말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다 보니 채용이 안되는데도 호가(연봉)만 점점 높아지고 있는 꼴"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만든 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도를 감안해주지 않는데다 무과실 의료배상 등의 제도적 장치가 점점 더 분만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고 있다는 것.
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태아나 신생아 사고가 일어나면 최소한 몇 억원을 보상해야 하는 현실에서 누가 힘들게 분만을 이어가겠느냐"며 "이에 대한 대책 없이는 분만 병원 늘리기는 허공에 메아리"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가 바닥을 쳤던 대만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100% 보상 정책을 내놓으면서 개원을 포기했던 의사들이 다시 개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이러한 대책없이는 분만을 포기하는 의사들을 돌리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듯 산과 전문의들의 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공의 수급은 분명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50%대까지 떨어졌던 전공의 지원율이 지난해에는 100%를 기록했기 때문.
그러나 이 또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공급은 정해져 있는데 정원이 깎이면서 충원율만 올라갔다는 의견이다.
배 이사장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산부인과 전공의 정원이 250명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100명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원 자체가 100여명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250명 정원에 130명이 와서 50% 지원율을 보이던 것이 130명 정원에 130명이 와서 100%가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일부 몸갑 상승에 관심을 보이며 전공의 지원을 하는 인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