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측정에서 1등을 한 것으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내용으로, 최근 이러한 청렴도 1등이 무색할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 요양기관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건보공단 과장급 직원 A씨가 구속된 것이다.
A과장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건보공단 현지 확인 무마 또는 복지부 감사 무마 명목으로 사무장병원으로 드러난 요양기관 관계자로부터 4차례에 걸쳐 2350만원을 수수했다.
여기에 2014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병원 운영 편의 명목으로 병원 관계자로부터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과장은 사무장병원을 조사하는 업무도 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보공단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사무장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함께 척결을 외쳐왔기에 이해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사무장병원을 적발했지만 환수하지 못한 체납액 규모가 1조 4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건보공단 직원이 사무장병원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관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돼버렸다.
건보공단 한 직원은 "앞에서는 척결을 외치고 뒤에서는 딴 짓 한다고 뭐라 해도 할 말이 없지 않나"라고 자조 섞인 말을 토로하기도 했다.
1만 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다 보니 직원 한 명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자체만으로도 건보공단을 바로 보는 국민과 의료계 신뢰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일로 하여금 국민들이 전국 617개 공공기관 중 청렴하기로는 '최고'라고 평가를 받았다고 말하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동안 건보공단은 공공기관의 평가 잣대인 청렴도의 상위권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1등을 했다고 순식간에 '꼴등'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건보공단의 '경각심'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