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개봉 후 2~3회 사용한다는 환자도 상당수 였으며,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곰팡이가 필 때까지 재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사용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과량 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안과 일각에서는 리캡이 가능한 일회용 점안제의 용기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관리하는 점안제는 사용횟수에 따라 '일회용 점안제'와 '다회용 점안제'로 구분된다.
일회용 점안제는 다회용 점안제와 달리 보존제를 함유하지 않아 개봉 후에는 즉시 사용하고 버려야 한다. 재사용할 경우 제품 내 미생물 증가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식약처가 "점안제는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고 허가사항 변경을 고지한 것 역시 소비자들이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행태에 따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지만 이후 사후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맞물려 뚜껑을 다시 닫을 수 있는 리캡(Re-Cap) 형태 점안제가 지속 출시되며 '재사용 가능' 인식을 심어준다는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과연 소비자의 점안제 재사용 실태와 인식은 어떨까. 이와 관련 점안제 사용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논문이 최근 발간됐다.
재사용의 이유? "1회 사용량으로 너무 많다"
김선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사회행정약학 연구원은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에 대한 논문을 통해 점안제 재사용 실태와 소비자의 인식을 고찰했다.
이번 연구는 일회용 점안제 재사용 관행이 식약처의 허가사항 변경 지시만으로 개선됐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점안제 유경험자 8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먼저 점안제 사용 전 손 세척 여부 질의에는 거의 씻지 않는다는 의견이 40.4%(36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끔 씻는다 27.0%, 자주 씻는다 15.7%, 전혀 씻지 않는다 13.5% 순으로 나타났다. 항상 씻는다는 3.4%(3명)를 제외한 96.6%(86명)는 손을 씻지 않고 일회용 점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점안제 사용시 용기의 끝이 손에 닿은 적이 있는지 묻자 가끔 닿는다는 의견이 37.1%(33명)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 거의 닿지 않는다는 29.2%, 전혀 닿지 않는다 23.6%, 자주 닿는다 10.1%로 나타났다.
눈꺼풀이나 속눈썹에 닿는 경우는 손보다 빈번했다. 가끔 닿는다는 의견이 44.9%(40명)를 차지했고, 거의 닿지 않는다 23.6%, 자주 닿는다 22.5%, 전혀 닿지 않는다 5.6%, 항상 닿는다 3.4% 순이었다.
일회용 점안제의 양이 1회 사용량으로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 46.1%(41명)가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적당하다는 24.7%, 너무 많다 22.5%, 적은 편이다 5.6%, 너무 적다 1.1% 순이었다. '너무 많다'와 '많은 편이다'의 응답자가 68.6%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자들은 일회용 점안제 최초 개봉 후 주로 2~3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횟수 질문에 응답자는 2~3회 사용한다는 답변이 52.8%(47명)로 가장 많았고, 1회 사용 응답자와 3~4회 사용 응답자는 모두 9%(17명)로 동일하게 나왔다. 5회 이상 사용 응답자도 9%가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1회만 사용하는 경우는 19.1%에 불과하고 나머지 80.9%는 2회 이상(다회) 사용하고 있는 것.
다회 사용자 총 72명에게 복수응답으로 재사용 이유에 대해 묻자 58.8%(61건)가 "약이 남아서"라고 답해 재사용의 이유가 주로 제품의 과량과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순으로 18.3%(19건)가 뚜껑이 닫히는 리캡 구조로 인해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인식했다고 응답했다. 최초 개봉후 보관은 주로 실온보관이 86.1%(62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회 사용시 눈의 불편함을 호소한 응답자 18.1%(13명)로 주요 증상은 충혈이나 가려움증과 따끔거림, 침침함(눈곱 끼임) 등이었다. 부작용이 없었다는 응답은 81.9%(59명)로 조사됐다.
일회용 점안제는 쓰고 버려야? 절반은 "약사 설명 듣지 못했다"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 여부를 묻는 질문에 37.1%(33명)만이 복약지도를 받았다고 답했다.
일회용 점안제를 한번만 쓰고 바로 버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거나 들어봤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7.3%)이 아니라고 답했다. 안내를 받은 사람은 42.7%(38명)였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포장 또는 설명서에 기재된 사용방법, 사용상 주의사항을 사용 전 읽어보냐는 질문에 73%(65명)는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는 경우는 23.6%(21명)에 그쳤다.
주의사항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한 복수응답 질문에서 47.1%(32건)가 내용은 모르지만 읽기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이미 알고 있다는 응답은 32.4%, 글씨가 작거나 내용이 많아 읽기 어려워서는 16.2%였다. 기타 4.4%는 의사나 약사를 통해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었다는 응답이 있었다.
일회용 점안제의 재사용 인식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는 제품에 잘 보이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30.3%(27명)으로 가장 높았다. 일회용에 맞게 소량 포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29.2%, 적극적인 복약지도 20.2%, 리캡 용기를 논리캡 구조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 9% 등이었다.
이런 인식은 실제 의료현장의 목소리와도 괘를 같이한다.
경기도의 모 안과 원장은 "환자들이 재사용을 목적으로 리캡 용기 점안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식약처의 허가사항 변경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이다"며 "의사들이 일회용 점안제의 사용 후 폐기를 설명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환자들 중에는 점안제에 곰팡이가 필 때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리캡 용기의 구조 변경이 필수적으로 생각된다"며 "용량을 줄이는 방법이나 제품에 선명한 글씨로 일회용을 표기하는 것도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점안제 안전성 논란 해법은? "1회용 표기하고 용량 줄여야"
일회용 점안제를 재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안전성의 문제는 Mark B. Abelson(2010)의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대한안과학회지에 실린 '점안약의 오염에 관한 연구'(1996) 역시 점안제 재사용시 손의 상주균과 동일한 종의 균이 점안액과 눈에서 검출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점안제 사용 전 손 세척 여부 질의에는 거의 씻지 않는다는 의견이 40.4%(36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점안제 사용시 용기의 끝이 손에 가끔 닿는다는 의견 37.1%(33명), 눈꺼풀이나 속눈썹에 가끔 닿는다는 의견 44.9%(40명)의 비중을 고려할 때 재사용에 따른 약제 오염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선옥 연구원은 "M nentwich는 눈꺼풀, 속눈썹 등이 용기 긑에 닿아 약액에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며 "용액의 pH도 변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발표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용자들의 일회용 점안제 사용 방법 등을 설문한 결과 선행연구와 동일하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회용 점안제는 보존제가 없어 개봉 후 미생물 발생 가능성 등에 정상인뿐 아니라 안과 질환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점안제 변경사항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글자크기를 상대적으로 크게 기재하거나 다른 색의 글자로 표시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 하다"며 "설명서를 통해 제품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는 1.7%에 그쳐 설명서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재사용 근절을 위해 용기 모양 변경 등에 제약업계가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옥 연구원은 "재사용의 원인 중 18.3%는 제품의 뚜껑이 개봉후 닫히는 구조에 기인한다"며 "일회용 점안제의 허가 조건에 부합하도록 용기의 캡이 다시 닫히지 않게 제조해야 하고 보관용기의 제공 금지, 일회용에 맞는 적절한 양으로 제품 제조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식약처의 허가사항 변경지시만으로는 잘못된 사용방법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그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일회용 점안제의 올바른 사용 방법이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