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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보심사 문제있다" 심평원 길들이기 나선 보험사

박양명
발행날짜: 2016-11-02 05:00:56

척추수술 치료비 심사 발단…정부 상대로 법적다툼 이례적 사례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환자 심사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가 자보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며 병원이나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만 정부 기관을 상대로 심사 자체가 잘못됐다고 법적 다툼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심평원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건은 이렇다. 70대의 전 모 씨는 만취 상태로 버스를 서서 타고 가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경추부염좌(S134) 및 척수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M500) 등의 상해를 입었다.

전 씨는 사고 직후 인천 H병원에서 뇌CT 및 목과 어깨관절 X-RAY 촬영을 한 뒤 보존적 치료를 했다. 3일 뒤에는 인천 S대학병원으로 옮겨 제4-5번 경추간 추간판제거술 및 유합술을 받았다.

이후 S대학병원과 전 씨는 치료비 975만원을 버스회사들의 보험사격인 공제조합에 청구했고, 공제조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치료비 심사를 청구했다.

심평원은 S대학병원이 전 씨에게 실시한 경추부 수술은 교통사고와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공제조합이 청구한 금액 중 959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공제조합은 심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심평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심사 자체가 잘못됐다며 심평원을 비롯해 S대학병원과 환자 전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제조합은 "전 씨 수상병명 중 척수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전 씨는 S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 중 교통사고와는 무관한 본인의 퇴행성질환에 대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씨 진료기록에 2013년부터 목디스크 진단하에 두 차례 주사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확인되는 바 경추부에 만성적 병증을 앓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료비를 심사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해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심평원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법무법인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이며 그 치료 효과가 분명해 환자가 갖게 될 장해를 최소화는 방법의 치료라면 당연히 보험자인 보험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치료의 불필요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보 심사를 납득할 수 없으면 자동차보험분쟁심의위원회를 거치는 절차도 있는데 이 보험사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정부기관 길들이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도 "심평원이 자보심사를 위탁 운영하기 전에는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며 "보험사는 변호사도 많으니 소송에 져도 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하면 되고, 소송에 이기면 지급을 안 해도 되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일거양득인 상황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면 보험금 지급 금액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으니 옛날 버릇이 나오는 것"이라며 "소송 상대가 심평원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