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상급종합병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 확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대병원이 간호조무사가 포함되는 기존 정부안이 아닌 간호사만으로 운영하는 별도안으로 운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건보공단 통합서비스 확대추진단 관계자는 "의료 질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고, 건보공단이 관련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통합서비스 제공기관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합서비스 참여 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는 1:5(간호사 1명 당 환자 5명)부터 1:7 비율로 배치하고, 간호조무사는 1:30(간호조무사 1명 당 환자 30명) 혹은 1:40 비율로 배치해야한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건보공단은 상급종합병원의 통합서비스 참여 시 간호조무사를 무조건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관련 규정에 대한 변경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서울대병원의 입장이 발표되자 당장 이를 허용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암 병동 등 높은 의료 질이 요구되는 특수병상에 한해서는 간호사로만 운영되는 별도 기준에 마련의 필요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즉, 기존 간호조무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밝혀 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확대추진단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간호조무사 기준에 따른 수가를 받아들이면서까지 간호사만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의료 질적 측면에서는 간호사만을 배치하는 통합서비스 운영안의 필요성도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검토해보자는 것이지 관련 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간호사로서 충분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높은 의료 질이 요구되는 암 병동 등 특수병상에 한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건보공단이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평가기관 참여 등을 논의하는 평가·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건보공단은 대형병원에 간호인력 쏠림 현상과 다른 상급종합병원들 마저 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만으로 운영하는 방안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아직 통합서비스를 참여하지 않고 있는 대형병원들이 서울대병원을 보고 이와 마찬가지로 운영하겠다고 한다면 간호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당장 이를 허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인데, 향후 평가·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조무사 "최대 1천억원 추가 소요…재정낭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간호조무사협회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사라지는데다 간호사 대체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간호사 1:5'를 허용하는 경우 '간호사 1:8, 간호조무사 1:30'일 때보다 간호사 수는 2842명이 더 증가하는 반면, 간호조무사는 1263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한 질병기준 중증환자 중에도 스스로 식사나 활동이 가능한 환자에 대해 기본간호에 해당하는 업무를 간호사가 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더욱이 인건비 부담은 최대 1천억원 가량 더 소요돼 그만큼의 건강보험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비용효과성의 면에서 건강보험 재정 낭비다. 그 돈으로 다른 부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쓰는 것이 타당하다"며 "서울대병원 등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간호조무사 없이 간호사만으로 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순간, 이 같은 분위기가 경쟁적으로 다른 상급종합병원까지 확산될 것이고, 이 같은 현상이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제공기관 관련 '평가·심의위원회'를 오는 17일 개최하고, 제공기관 추가 지정과 더불어 별도 운영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