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의심이었을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향해 보툴리눔 균주의 기원을 밝히라고 요구한 이유가 밝혀졌다.
대웅제약이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독소 및 관련 염기서열 전부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100%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4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설명회를 통해 대웅제약 보툴리눔 품목(나보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갔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 비유하자면 의약품에 부착되는 바코드와 같은 것으로 이것을 이용해 그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보툴리눔 균주도 지리적 편향성이 있어 미국에서는 주로 A형, 유럽에서는 B형, 캐나다 및 알래스카에서는 주로 E형이 발견되고 동일 지역의 같은 형(type)일지라도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균주가 발견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메디톡스는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를 상업화한 기업은 4개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이미 3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A형을 이용한 의약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문제는 이런 기업들 중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 건설사 등 생물학제제 연구 경험이 없는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며 "메디톡스 외 어떤 기업도 균주의 기원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에 대웅제약이 'Hall'로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독소 및 관련 염기서열 1만 2912개 전부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한다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은 자사 균주에 관한 논문 한 편이나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 발표한 적 없다"며 "이런 배경으로 인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기원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합리적 의심'을 강조했다.
대웅제약이 균주 출처 요구에 대해 경쟁사의 '방해공작'으로 일축하는 것을 정면 반박한 것.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를 홀(Hall)이라고 자체 명명했다"며 "홀 균주는 미국 이반 홀(Ivan C. Hall) 박사가 분리, 동정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다"며 "대웅제약이 한국 토양에서 발견한 균주라면 홀의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메디톡스는 이어 "각 업체가 기업 기밀을 이유로 균주의 획득 경위를 상세히 공개하기 어렵다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타 업체들도 대승적 요구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