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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안고 시작한 전문가평가제…논의 법안 '관건'

발행날짜: 2016-11-10 05:00:59

의료인 품위손상행위 한정해 시범사업 돌입…낙태 등 논란 여지 여전

|초점=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확정|

많은 논란과 반발을 불러왔던 전문가평가제가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로 21일부터 본격적인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이 복지부와 의협의 방침. 하지만 시범사업 기간 중 법령 확정이 예정된데다 낙태 등 민감한 사안들은 우선 보류한 상태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폭탄의 뇌관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21일 돌입…품위손상에 초점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 회의를 마치고 21일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홍경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장
홍경표 추진단장은 9일 "16일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19일 울산광역시까지 설명회를 개최한 뒤 21일부터 본격적인 시범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일단 품위손상에 초점을 맞춰 사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중앙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21일 전까지 지속적인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중앙윤리위원회가 시범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보건소와 연계하는 협조체계 구축에 나서며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배포하게 된다.

우선 시범사업에서는 논란과 문제가 됐던 부분은 대부분 정리가 됐다. 의협의 요구대로 품위손상을 중심으로만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발을 불러왔던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당분간 시범사업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개정령안 입법예고와 관계없이 현행 의료법에 맞춰 그동안 행정 처분을 받은 사례에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유다.

홍 추진단장은 "시범사업의 형태인 만큼 개정안 보다는 현행법에 명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비도덕적 진료행위 또한 법적인 처분을 받는 사건에 한해 처분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범사업 기간 중에는 만약 비도덕적 의료행위 8개 조항에 저촉돼 신고나 제보가 오더라도 현행 의료법상 처분이 될 수 있는 내용에 한해서만 최대 면허정지 1개월의 처분만 나가게 된다.

다만 개정령 입법예고안에 비도덕적 의료행위가 품위손상으로 들어가는 만큼 법안이 발표되면 양형 기준은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맞춰 의협은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세분화해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홍 추진단장은 "가령 성추행이라 할지라도 사건의 경중이 있는 만큼 양형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처분 기준과 양형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풀어야할 난제 여전…폭탄 뇌관 제거가 관건

이처럼 시범사업은 의료계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 졌다는 점에서 당분간 논란은 사그라 들겠지만 문제가 되는 폭탄의 뇌관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풀어야할 난제는 여전하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메뉴얼
우선 문제가 됐던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양형 규정이 그대로 법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뇌관이다.

시범사업에서는 현행 의료법 행정처분 규칙에 맞춰 대상과 양형기준을 맞추기로 합의를 했지만 실제 법안이 통과된다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내년 1월 중 하위법령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 중간에 확정 법령이 나오는 셈.

결국 시범사업 중간에 처분 대상과 양형 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이스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현재 시범사업 기준은 현행 규정에 맞춰진 것"이라며 "입법 절차가 끝나면 대상과 처분 기준은 모두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최대 양형 기준인 면허 정지 1개월 또한 법안 확정 수위에 따라 12개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던 조항과 기준이 모두 그대로 살아나는 셈. 결국 시범사업 기간 중에만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시범사업 기간 중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낙태 등 의료계의 극한 반발을 불러왔던 부분에 대해 논의를 보류시켜 놓은 것도 또 하나의 시한 폭탄이다.

앞서 복지부는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명시했다가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시범사업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는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처분을 내리지만 신고와 제보로 인한 내용들은 처분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법안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경표 추진단장은 "8개 행위를 포함해 낙태 등도 모두 법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다"며 "우선 시범사업에서는 이 문제는 제외하고 진행하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복지부에서도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물론, 여성단체 등의 반발이 일면서 복지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여성가족부 등도 의견을 내기 시작한 만크 더 큰 틀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입법예고안에 포함돼 내년 1월부터 최대 12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한 셈이다.

이스란 과장은 "의협에서 낙태수술이 제외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조만간 참고자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시범사업에 명시된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개 조항 또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는 만큼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과연 시범사업 기간 중에 복지부와 의협의 이같은 괴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입법예고안의 내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홍 추진단장은 "자율권을 위임받기 위해 유기적 민관협동체계를 구축한 것인 만큼 시범사업 기간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수정해 갈 것"이라며 "우선 의료계 내부적으로 충분히 연습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만큼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