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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면역' 항암제 진화하는데 급여는 제자리

원종혁
발행날짜: 2016-11-14 05:00:50

신규 항암제 병용요법 트렌드, '비용-효과' 평가기준 정비 시급

"차세대 항암제, 현행 기준에선 비용 효과성 만족하기 어렵죠."

신약의 급여나 약가결정에 경제성 평가 및 비용 효과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신약 개발이 더딘 분야에서는 표준 약제의 가격이 낮게 형성돼 경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실제 기존 약제에 '애드온 요법'으로 사용하는 약제는,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렵다. 개선된 생존기간 만큼 투여기간이 증가하면서 총 치료비용은 곱절로 느는 실정이다.

삼성서울병원 안진석 교수(암병원)는 "최근 나온 신약들은 기존 치료제에 더해 병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단순히 1+1의 복합제적 개념이 아니라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이상반응을 현저히 개선했음에도 급여과정에선 이 같은 혁신성이 반영되지 못해 환자들의 접근성을 막고 있다"면서 "비용 효과성 평가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야 하며 임상적 유용성, 혁신성, 환자의 요구, 사회적 중요성 등 다양한 가치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옵디보+여보이' '퍼제타+허셉틴 3제' '입랜스 병용' 다양해

시장에 진입한 항암 신약들의 경우 효과 증강을 위해 기존 치료옵션과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옵디보와 여보이는 악성흑색종과 신세포암에 대한 병용요법 임상 결과를 내놨으며, 폐암에서는 표준 항암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한 임상연구 결과를 선보였다.

유방암에서도 퍼제타와 허셉틴 및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도세탁셀) 3제병용 결과가 공개됐다. 유방암 신약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역시 기존 항호르몬요법 치료제와 병용 투여된다.

병용요법에 근거는 명확하지만, 국내 급여기준을 통과하는데는 이 부분이 장애물로 거론되기도 한다는 평가다.

항암제 5년새 '70여개' 론칭, 신약 후보물질 '586개 이상'

급여와 관련 잡음이 속속 불거지는 것은, 항암제 개발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 상황과도 결부된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화학항암제)에서 특정 암세포를 타깃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 또 최근엔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헬스케어의 '글로벌 항암제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패러다임의 움직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2020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20여개 종양에 대해 항암 신약 70여개가 출시됐으며, 임상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586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난소암, 대장암 분야에서 가장 활발했다 .

이러한 변화를 촉발시킨 것은 표적항암제다. 기존의 1세대 화학항암제에 거론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각광을 받은 것.

그런데 전체 환자가 아니라 특정 바이오마커에 반응하는 소수의 환자들만 투여가 가능하고,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 등이 한계로 거론되고 있다.

최신 면역항암제의 등장이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이들 항암제는 오노약품공업과 BMS에서 공동 개발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를 비롯해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등 3개 제품 정도가 국내 론칭해 있는 상황.

장점은 불응성 환자에서 완전관해가 가능하고,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는 지속기간이 길다. 하지만 초기 반응률이 낮고 적합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어 부작용과 함께 재정 낭비가 우려돼 '양날의 검'이란 평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여전히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90% 정도가 표적치료제로, 실제 면역항암제 시대의 도래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나머지 70% 환자"…차세대 CDK 4/6 억제제 합류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가 또 한 번 등장을 알렸다. 화이자의 '입랜스'는 암세포의 분열과 성장촉진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DK) 4와 6을 억제하는 항암제.

주목할 점은 기존 항암제로 커버하지 못하는 환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로슈의 허셉틴, 퍼제타가 이미 사용되고 있지만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1%만 해당되는 HER2+ 환자에만 적용이 가능했다.

반면 입랜스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66% 정도에 해당하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폐경 후 E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을 통해 레트로졸 단일요법 대비 레트로졸과의 병용요법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중간값)을 2배 정도 연장시켰다.

현재 입랜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돼,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 허가를 받았지만 췌장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와 릴리 역시 동일한 CDK 4/6 억제제 파이프라인으로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가 올해 9월 발표한 '월드 프리뷰(World Preview 2016, Outlook to 2022)' 전망 보고서 제9판에도 이들 차세대 항암제들이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2022년 '글로벌 톱5' 항암제로 옵디보, 키트루다를 비롯한 입랜스, 임브루비카(BTK 저해제), 레블리미드(면역 조절제)가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