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시행된 보험사기특별법이 제역할을 하려면 심평원이 아닌 제3의 공정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 김필수 법제이사는 병원협회가 최근 'Science & Policy'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을 바라보는 병원계 입장'을 통해 법 시행 이후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후적 심사와 공정한 심사기관의 부재를 사례로 들었다.
특히 보험사기특별법 제7조에 명시한 '입원의 적정성'과 관련 열린 구성요건을 두고 법적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즉, 입원 적정성 결정은 직접 진료한 의사가 사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을 사후적으로 심평원이 심사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일부 환자는 귀가조치를 하지 않고 입원해서 봐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사후적으로 상병이 발견되지 않으면 입원이 적정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정한 심사기관의 부재를 문제삼았다.
단지 심평원의 결정에 따라 심증적으로 유죄라고 판단하면 고발조치할 것이고 무죄라고 판단하면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식은 사법체계상 과도한 권한 쏠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법제이사는 보험약관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법 규정은 보험금 지급거절 권한을 보험회사에게 줌으로써 모든 결정권한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면서 "이는 비례의 원칙에도 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환자가 약관규정에 맞춰 입원하고 정상적인 검사를 진행한 경우에도 사후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이 된다면 보험상품 약관 규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편, 김 법제이사는 대안으로 사전심사제 도입 검토 및 보험약관 개정을 제안했다.
현재 보험상품 내용이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만큼 현재 약관을 바꾸기 전에는 언제라도 환자가 보험사기범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입원 적정성 판단범위를 확대하고 필요한 경우 의사가 퇴원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그는 "심평원이 아닌 제3의 공정한 기관이 심사를 맡아야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혹은 헌법소원을 제기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입원여부와 적정입원기간을 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정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