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논란에 휩쌓였던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해 귀추가 주목된다.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과연 제보와 조사 사례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결국 유명무실한 시범사업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A내과의원 원장은 18일 "갖가지 논란이야 차치하고라도 이게 실제로 가동이 될지 의문스럽다"며 "결국 누군가 동료를 제보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정말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제보자를 보호한다 해도 결국 돌고 돌아 다 밝혀지지 않겠냐"며 "배신자 낙인을 감당하며 제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의료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을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러한 사례가 나오겠냐는 의구심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시범사업이 결정된 이상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모두가 합심해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명제는 변함이 없다"며 "문제는 과연 케이스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결국 케이스가 없으면 시범사업의 의미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고 억지로 제보 사례를 만들수도 없으니 풀기 힘든 숙제"라고 털어놨다.
시범사업에 돌입한 지역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례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나오지 않는 것도 모두 고민이라는 반응이다.
지역구에서 문제가 돼 논란이 이는 것도 반길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시범사업에는 참여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지역에서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건, 사고인데 반길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대부분 지역구도 같은 마음 아니겠냐"며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명분을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
자율징계권이라는 대의를 향해 정부와 회원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의협 관계자는 "사실 전문가평가제에 해당하는 사건은 1년에 10건도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끔 온 매체를 도배하는 큰 사건이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 문제가 되는 사건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시범사업 중에 단 한건의 케이스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나아가야 골이 보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