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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병원 분만실에는 산모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발행날짜: 2016-11-24 12:01:53

무통분만 시행률 94%까지 급증…"안정성·효용성 확보"

산부인과 분만실의 풍속이 급속히 바뀌면서 비명이 난무하던 드라마 속 출산 장면이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최근 경막외 진통(이하 무통분만)의 보편화로 출산 고통이 완화되면서 두려움의 상징과도 같았던 분만실의 모습이 예전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요해지고 있기 때문.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곳은 바로 제일병원이다. 제일병원의 산모들은 100명 중 94명이 무통분만으로 출산하며 조용한 분만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실제로 제일병원 분만실이 발표한 2015 무통분만 시행률 통계에 따르면 자연 분만으로 출산한 초산 여성의 94%가 무통 분만을 시행하고 있었다.

1550명의 산모 중 1450명이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인이 거부의사를 밝히거나 의학적 부적응 임신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무통분만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제일병원이 조사를 시작한 2003년 무통 분만 시행률이 3.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사이에 무통 분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일병원은 무통 분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과 안정성이 확고하게 입증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산모들이 이제 스스로 무통 분만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제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윤희조 교수는 "최고의 통증을 10점으로 규정했을 때 임산부들이 무통 분만 시술 전 약 8점에서 무통 시술 20분 후 2점 정도로 급격한 통증의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통증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제거할 수 있어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분만이 가능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통분만이란 허리 부분의 척추 속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인 경막의 외강(바깥쪽 공간)에 낮은 농도의 국소 마취제를 주사해 감각신경만 차단시키고 운동신경은 살려 감소된 분만 진통하에서 자연분만이 가능하도록 한 진통법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십수년전 이같은 무통 분만이 도입됐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다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일부에서만 시행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의료진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술기의 발달, 또한 건강보험 확대로 이제 무통 분만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제일병원 주산기과 안현경 교수는 "무통분만이 산모와 신생아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 시행군과 비교군 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한 최근 해외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만 진통을 완화하면 출산 후 나타날 수 있는 산후 우울증 위험도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이상 임산부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굳이 감수할 필요 없이 편안한 출산을 위해 무통 분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