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본격 시행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신해철법을 앞두고 전공의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의료분쟁 조정이 의료인 동의가 없어도 자동개시 되는 만큼 법의 주요 타깃이 전공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6일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신해철법 시행에 대한 불안감과 대처 방법을 공유했다.
대전협 이상형 부회장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1급 장애가 생기면 보호자가 환자가 조정을 시청하면 무조건 개시가 된다"며 "그 부분이 가장 무섭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의료소송이 병원을 상대로 하기 보다 전공의만 타깃으로 해서 소송하는 게 늘고 있다"며 "병원에는 법무팀이 있어 체계적으로 소송에 대응하기 때문에 이기기 쉽지 않다는 판단인 것 같다. 신해철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협 조승연 고문변호사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발표하며 "의료분쟁 조정 상황이 생겼다면 차라리 법원에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정 절차가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결과가 납득할만하다면 절차를 따르는 것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 환자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온다면 향후 소송으로 발전했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은 신해철법을 '중환자기피법'이라고 칭하며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전협 남기훈 홍보이사는 "사실 전공의뿐만 아니라 11만 의사 중 30일부터 신해철법이 본격 실시되는지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조정보다 소송으로 가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하지만 전공의가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도 현실적, 금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K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소송이든 조정이든 분쟁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앞으로 다툼을 늘 것"이라며 "전공의가 소송이나 조정에 휘말렸을 때 분쟁 해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무기록 등 의료 정보 수집은 필수적인데 병원 차원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승연 변호사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의료소송에 휘말린 전공의가 있었는데, 담당 교수가 (해당 전공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건을 접한 적이 있었다"며 "병원과 지도교수가 책임을 약자인 전공의에게 떠넘기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시행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실적으로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대응법은 없는 상황.
조 변호사는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을 보면 강제로 조정이 개시되는 부분이나 자료 수집에 있어서 강제성이 있는 등 곳곳에 문제가 보인다"며 "조정 결과도 실제로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보다 더 (의사에게) 불리하게 나오는 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법 시행 전이기 때문에 관련 케이스가 없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견하기 쉽지 않다"며 "일선에서는 환자를 잘 치료해야 한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