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공학사 바이오젠(Biogen Inc)이 개발 중인 '아두카누맙'이 최초의 알츠하이머약 탄생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야기되는 인지기능 저하의 지연 효과에 더해, 용량 증가시 문제되는 뇌종창 등의 주요 이상반응의 위험을 줄였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의 병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하는 기타 실험약물들이 임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지난 8일 알츠하이머병 임상연구 미팅(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에 이어, 9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학회에선 아두카누맙의 풀 데이터가 전격 공개됐다.
릴리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하는 항체약물 솔라네주맙(solanezumab)의 개발을 포기한지 2주만이었다.
아두카누맙의 임상은 이번에도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다만 해당 소규모 1상임상에 감별점은, 아두카누맙의 투여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효과와 이상반응을 함께 확인한데 있다.
3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1년째 결과, 아두카누맙은 위약군 대비 뇌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줄이고 인지기능의 저하가 지연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올 초 공개된 아두카누맙의 고정용량 투약 임상과 다르지 않았다.
관건은 안전성이었다. 임상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뇌종창(brain swelling) 등의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줄은 것이다. 아두카누맙 고용량 투약에서도 환자의 뇌가 부어오르는 뇌종창의 발생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다만 뇌종창 등 가장 빈번히 보고되는 이상반응의 발생률은 고용량보다 아두카누맙의 적정 용량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면서 "연구에 대상이 된 환자들은 경도인지 장애 단계 즉, 증상전 알츠하이머병 상태인 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임상결과가 전해지자 바이오젠의 미국 주가는 1.45%가 올랐다.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뇌의 플라크 제거가 관건"=아두카누맙은 베타 아밀로이드로부터 만들어진 뇌의 플라크를 제거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약물과는 임상 성패에 차이를 보인다는 대목이다. 현재 다양한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차단하는 항체 약물을 개발하고 있지만, 임상과정에서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지연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하거나 뇌종창과 관련된 이상반응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대표적 사례가 알츠하이머약으로 신속한 행보를 보였던 릴리의 솔라네주맙.
솔라네주맙은 혈액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흡수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공개된 3상임상 EXPEDITION3에서 경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개선에 실패하면서 결국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본지 11월25일자 알츠하이머약 승인 지연…'효과 검증 어려운 탓' 보도).
솔라네주맙처럼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을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의 선택지는 더 있다.
솔라네주맙보다 기전상 윗단계를 차단하는 BACE 억제제도 그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PP)이 베타 아밀로이드로 전환되는 과정을 차단한다.
일부 알츠하이머 전문가들은 "해당 질환의 진행과정을 고려할 때 매우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뇌에서 플라크가 관찰된다면, 치료약을 쓴다고 해도 유의한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억 달러의 연간 고정매출이 기대되는 알츠하이머약 시장에서, 현재로서는 아두카누맙의 행보가 가장 주목된다"면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다른 항체 약물과는 기전과 투여 용량에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 추후 아두카누맙의 3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