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인기과로 손꼽는 정형외과. 그들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정형외과학회 백구현 이사장(서울대병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비현실적인 정형외과 수술 수가는 물론 정형외과 의사들의 직업적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11월 임기를 시작한 백구현 이사장의 임기 중 목표는 크게 3가지. 일단 세계화 추세에 발맞춘 학회의 국제화와 더불어 척추 등 정형외과 수술을 둘러싼 국민적 오해를 해소하는 것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비현실적인 수가 개선 및 직업적 고충 해소 등 회원 권익 향상에도 신경을 계획이다.
"크고 무거운 의료장비 관리도 소독도 어렵지만…보상 전무"
백 이사장은 수술 장비 소독 및 관리수가 신설에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인공관절술 등 정형외과 특성상 수술장비가 크고 무거워 관리도 소독도 어렵지만 이에 대한 수가적인 보상은 전혀 없는 현실.
수술장비를 보관하는 시설도 수술 후 피투성이가 된 장비 소독에 필요한 비용도 모두 병원의 몫이다.
즉, 내시경 소독수가를 신설했듯이 정형외과 수술 분야에서도 장비 소독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치료재료에 대한 보상도 시급하다고 봤다.
환자 한명 수술할 때 수술복 및 수술포 비용만 25만원. 출혈이 많기 때문에 외과 수술복과 달리 우주복처럼 생긴 특수한 수술복을 입고 수술포도 두껍게 깔아야 한다.
하다못해 수술용 장갑도 일반 수술 대비 곱절도 많이 필요하다. 장비를 이용해 수술을 하다보니 수술장갑이 찢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려면 의사, 간호사도 많이 배치해야한다.
또 손가락 접합술 등 미세수술에 필요한 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세수술에 사용하는 실은 일반 외과수술과 달리 가늘기 때문에 숙련된 의사라도 수술 중 실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 여분의 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
백 이사장은 "정부는 늘 정형외과 수술 수가에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수적인 비용 지출이 너무 커 수가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수지접합술은 손가락 3개 이상은 수가로 책정할 수도 없다.
그는 "과거 공단 인근 손가락 절단 환자가 많았을 당시 만들어진 수가 기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첫번째 손가락은 100%수가를 매길 수 있지만 두번째 50%, 세번째 50%로 감소하고 이후로는 아예 수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지접합술은 오랜 시간을 들여 정교한 작업이 필요함에도 수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 내에선 정형외과 수술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10%이상이 갑상선암…방사선 노출 해결책 필요"
백 이사장은 정형외과 의사들의 근무환경도 개선에도 관심이 높다.
정형외과 수술 대부분 씨암(C-Arm: 이동형 X-선 투시 촬영장치)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 빈도가 높은 현실. 그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 병원 차원에서 최신식 저용량 의료장비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홍보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본원, 보라매, 분당) 정형외과 전문의 39명 중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은 의사가 4명. 즉, 10% 이상의 의사가 갑상선암에 걸린 셈.
그는 "갑상선암에 걸린 의사 4명 모두 30~4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사선 노출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된다"면서 "이는 서울대병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닐 것이다. 병원 차원에서 의료진 복지를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학회의 국제화 추진…시스템 구축"
정형외과학회의 세계화는 백 이사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는 단발성 국제학회를 개최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국제학회가 자리잡을 수 있는 인프라를 형성,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트레블링 펠로우(traveling fellow) 제도와 국내 연수 중인 외국인 의사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 바로 그것.
그는 이를 위해 일본, 대만,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국가를 중심으로 각 정형외과학회에 트레블링 펠로우를 제안했다. 이에 참여한 펠로우는 학회 등록비를 면제해주고 숙박을 제공해주고 학회에서 심사없이 발표를 할 수 있는 혜택 등이 제공된다.
국내 대학병원에 연수 중인 의사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도 계획 중이다. 국내외 의사가 공동 연구 중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국인 의사의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정형외과 내 고관절학회, 수부학회 등 관련 학회가 별도의 심포지엄을 구성, 각 분야별 국제 연자를 초청하면 국제학회 기준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제학회로 격상시키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