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제약·바이오
  • 국내사

"원료의약품, 누구나 만드는 제품이라면 빨리 포기해라"

발행날짜: 2016-12-22 05:00:58

데일리팜, 제약산업 미래포럼…전문가들 "저가 경쟁 무의미…품질로 승부"

"몇 년간 고생해서 개발했는데 중국, 인도는 국산에 비해 1/4 가격을 제시한다. 도저히 가격으로는 이길 수 없다."

국산 원료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결론은 품질과 선택과 집중 세가지다.

제 살 깎아먹기식의 저가 경쟁으로는 더 이상 중국과 인도를 이길 수 없다는 직시에 따른 제언이다.

중국의 저가 경쟁에 쫓기고 선진국의 품질 경쟁에 치이고 있는 국산 원료의약품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누구나 만드는 제품은 빨리 포기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21일 데일리팜은 오후 2시 제약협회 대강당에서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인 국산 원료의약품 비즈니스, 글로벌 시장의 기회 어떻게 낚아 챌까'라는 주제로 제25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홍구열 제일약품 상무
먼저 홍구열 제일약품 상무는 원료의약품 시장현황 진단을 통해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홍 상무는 "기존의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이 가격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국산, 유럽산, 한국산 선호도가 있었다"며 "반면 현재는 제네릭 우대정책과 보험 약가 인하와 맞물려 제네릭 업체에 고품질과 함께 낮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중국, 인도산 원료의약품이 국산에 비해 1/4 가격을 제시하는 것처럼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저가 원료의약품 상당수가 중국산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며 "도저히 가격으로는 신흥국을 이길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료의 품질이 좋으면 고객이 먼저 찾아온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며 "고품질과 희소성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갖춰 구매자를 먼저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수출에 앞서 ▲일본 GMP 기준 설비 ▲선발특허만료 원료 집중 ▲기술 차별화 원료 제조 ▲특허 회피 전략 ▲일본 시장에만 필요한 원료 선정의 전략이 필요하다.

홍구열 상무는 "일본 진출을 위해선 세계 최상급 품질이 요구된다"며 "그에 앞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일본 시장이 요구하는 품목군을 선정해야지 차별화 없이 누구나 만드는 제품은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제로 일본에 여러 품목을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가 개발한 것은 다 성공했다"며 "아무도 눈독을 들이지 않거나 약이 적은 원료를 선택하다보니 경쟁업체가 없어 시장 접근도 상당히 수월했고 가격 저항도 적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선진 시장에 진출하려면 완벽한 서류와 품질과 같이 실질적인 모든 요소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상태서 문을 두드려야한다"며 "일단 시작해 놓고 개선하는 건 계약 당사자의 신뢰를 잃고 시간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조언했다.

"기초 공정단계는 중국에 아웃소싱하라"

에스티팜 오성수 부장은 원료의약품의 기본 공정을 가격에 강점이 있는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대신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하라는 조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오 부장은 "기초 공정단계는 소규모 벤처나 중국 CRO에 아웃소싱을 하고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API 연구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영업-품질-생산-연구 협조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특허 만료 및 PMS 만료 후 발매를 가정한다면 최소 5년이나 7년 전 원료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며 "후발 특허를 기술적으로 극복해 물질 특허 만료 후 발매해 시장을 선점하고 신규 결정형, 입자도, 용해도 및 제제적합성을 개선하는 특허 도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발 품목군으로는 항혈전과 항암제, 뇌질환/정신병, 당뇨, 항바이러스가 유망하다는 게 그의 판단.

오 부장은 "항혈전제는 다비가트란의 부작용 사례로 시장 재편 움직임이 있고,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항암제, 환자수가 증가하는 뇌질환, 정신병도 집중 약효군으로 유망하게 본다"고 밝혔다.

그는 "허가 우대가 있는 희귀 의약품은 자사의 역량과 매치할 수 있는 품목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며 "특허와 무관한 복합제 등에 사용되는 보편적 부원료에서 베스트 셀러보다 스테디 셀러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료 자체 생산, 약가우대 기간 늘려달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정부의 지원 확대를 들고 나왔다.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 황순욱 단장은 "2014년 기준으로 중국에 원료의약품을 7031만 달러를 수출했지만 수입은 3억 8831만 달러로 지속적인 무역 적자 상태"라며 "국내산은 이미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자체 생산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사들이 중국, 인도의 저가 원료의약품과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특화 품목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원료의약품 산업계는 현재 원료 자체 생산에 대한 1년 약가우대 기간 연장을 원하고 있다"며 "가산 비율을 높인다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출시 초기 마케팅이 활성화되지 않아 판매량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1년의 우대 기간은 원료 공장을 유지하는데 별다른 유인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

황순욱 단장은 "의약품에도 원산지 표기 의무를 부과할 경우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완제 의약품 업체가 늘어나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료의약품 품질 강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 컨설팅 비용 지원 또는 대행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해외 의약품 전시회 참여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인허가 정보 등을 조사해 업체와 공유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