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서류상으로만 휴가 간 전공의 "특별법 딴 나라 이야기"

발행날짜: 2017-01-17 05:00:59

병원 내에서도 과목 간 온도차 "법 어겨도 신고할 수 없는 시스템"

|기획| 전공의 특별법 시행…변화와 과제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전공의특별법이 2016년 12월 23일 본격 시행됐다. 특별법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고질적인 문화를 바꿔야 하는 만큼 각 의료기관 현장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메디칼타임즈>는 특별법 시행 이후 조직 및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 수련환경 평가 50년 만에 첫 조직 변화
<중> 수련병원 현장과 거리 먼 전공의특별법
#. 수도권 A 대학병원에 재활의학과 2년차 전공의인 김철수씨(가명)는 회의감에 휩싸였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같은 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는 칼퇴근을 하고 있는 반면, 자신이 속한 재활의학과는 전공의 부족 등의 이유로 법 시행 이전과 마찬가지로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터라 밤 11시 퇴근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직까지 서게 되면 말 그대로 2박 3일 근무가 된다.

이처럼 전공의와의 수련계약 기준 준수를 골자로 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같은 병원 내에서도 전문과목간 법 시행에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일부 수련병원 현장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란 것이다.

서류상으로만 휴가인 전공의들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전공과목 간 법 시행에 온도 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 곳의 수련병원 내에서도 전공의 정원(TO)이 상대적으로 많은 내과 등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억지로라도 준수할 수 있지만, 타과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방의 B 대학병원의 경우 내과는 교수들이 병동당직을 대신하면서 전공의특별법 상 80시간의 전공의 수련시간 규정도 지켜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미달이었던 내과 전공의 정원을 최근 2년 간 모두 채우는 등 전공의특별법 준수로 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B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교수들이 병동당직을 대신하면서 전공의는 중환자실 당직 등만 서면되는 구조라 주당 80시간 수련시간 규정을 잘 지켜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련시간이 단축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교수들도 시간이 제한 돼 있으니까 더욱 전공의 수련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했지만, 여건 상 이를 지키기 어려운 모습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병원 외과나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은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과한 업무로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B 대학병원의 또 다른 전공의는 "재활의학과는 당직을 서지도 않고, 정규 업무가 11시에 끝이 난다"며 "전공의특별법을 지키고 있는 내과 등은 교수들이 외래 시 시술에 따른 처방내역을 직접 입력하지만, 재활의학과, 안과, 피부과 등 많은 전공과목들이 현재도 전공의들이 외래 시 이를 대신하고 교수들은 환자만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전공의특별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법 시행을 한다고 해서 인력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업무로딩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구나 해를 거듭 할 수록 일부 과들은 전공의 정원이 축소될 것인데, 법 시행이 됐지만 이를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심지어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대리처방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일부 수련병원들은 서류상으로만 전공의특별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C 대학병원 전공의는 "인력이 부족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전공의특별법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병원 내 일부 전공과목 전공의는 서류상은 휴가지만, 병원 내에서 근무하는 일이 많다. 진료에 따른 처방은 다른 전공의 이름으로 내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특별법 어겨도 신고 못한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전공과목 간 전공의특별법의 온도차가 발생해도 전공의들이 자신의 수련병원을 보건복지부나 관련 단체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턱대고 전공의특별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신고했다가는 고스란히 그 피해가 전공의 자신에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C 대학병원 전공의는 "현재는 전공의특별법 시행됐지만 과도기인 상태다. 지키지 않는 수련병원이 많다"며 "그렇다고 전공의 자신이 수련병원을 직접 신고를 할 수는 없다. 자칫 수련병원 취소나 전공의 정원 페널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전공의특별법 미 준수에 따른 법적 페널티로 인해 전공의 자신의 업무로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전공의특별법은 시행령으로 법 미 준수에 따른 적발 시 수련병원 취소 등을 할 수 있다고 페널티 조항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수련병원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적발 시 해당 수련병원 전문 과목 전공의 정원에 페널티를 주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전공의는 "최근 전공의 정원 축소로 인해 매년 1명 뽑는 전공과목들은 향후 2년에 1명꼴로 전공의를 뽑을 수 있게 된다"며 "여기에 페널티를 받았다가는 그나마 받던 전공의 정원도 못 받는 것 아닌가. 이점이 우려돼 자체적으로 신고를 하기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전공의특별법의 페널티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은 "수련병원 취소나 전공의 정원 페널티는 오히려 남아있는 전공의들을 더 힘들어지게 할 수 있는 조항"이라며 "다른 나라 선진국들은 수련병원의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도 수련병원에 제대로 된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련병원 지정 혹은 전공의 정원에 페널티를 주는 것 보다는 이러한 재정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 후 적발 시 정부의 지원을 취소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며 "현재로서는 수련병원들이 전공의특별법을 지키지 않아도 전공의들이 선뜻 밝히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개선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