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만을 위한 법안이 1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시력 검사뿐만 아니라 시력 보호 및 관리까지 업무범위에 들어갔다.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는 "법안이 불명확하다"며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법안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입장을 수렴해 내부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조회 중이며,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의협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김순례 의원은 지난해 말 안경사의 업무범위를 넣은 의료기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을 보면 안경의 조제 및 판매와 콘택트렌즈 판매라는 기존 안경사 업무에 시력보호 및 관리를 위한 업무 추가했다.
그리고 안경사의 업무 조항을 신설했다. ▲안경 및 콘택트렌즈 도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력검사 ▲안경의 조제, 판매 ▲콘택트렌즈 판매 ▲시력보호 및 관리를 위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이다. 단, 6세 이하 아동에 대한 업무는 의사 처방에 따라야 한다.
김 의원은 "현행 법상 안경사 정의 규정에 시력검사 업무가 들어있지 않고 안경사에게 허용되는 업무범위 역시 명확하지 않아 안경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국민 눈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고 안경사 업무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의료행위의 본질적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시력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업무'라는 구절.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불명확한 행위의 정의 및 모호한 직능의 범위로 해석된다"며 "비의료인인 안경사에게 안과 의료 행위를 허락하는 문구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적 판단과 숙련을 요하는 의료 행위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역과 혼선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경사만을 독자적으로 규율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현행 의료기사법은 규율 대상인 의료기사, 의무기록사 및 안경사 업무범위와 한계를 제3조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안경사에 국한해 새로운 조항을 만들어 업무범위를 규정해야 할 객관적인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의료 행위인 검영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가 포함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타각적 굴절검사인 검영기는 백내장, 망막박리 등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을 포함한 여러 눈 질병의 유무를 일차적으로 함께 알아보는 검사의 첫걸음"이라며 "의료인이 해야 하는 전문적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각적 굴절검사 자체가 단순히 해가 되지 않는다고 안경사에게 허용한다면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시기를 늦추게 돼 결국에는 실명에도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안경사를 위한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대 때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안경사만을 위한 단독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복지부는 "안경사만 단독법으로 규정해야 할 당위성이 없으며 보건의료 법령 간 법체계에 있어 형평성 논란 우려가 있다"며 법안 제정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안경 착용자의 정확한 시력 측정을 위해 타각적 굴절검사에 사용되는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안경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한 바 있으며 업무를 추가로 확대하려면 관련 직역 간 협의 과정 및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순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안경사 단독법이 아니라 기존의 의료기사법에 안경사의 업무범위를 추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19대와 차이가 있다.
복지부도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법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상정도 안된 상태라서 내부적으로 관련 부처의 입장을 받아 논의를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안경사 단독법이 아니라 의료기사법에 들어가 범위가 축소된 것이라서 그 부분에 포커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