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개원가

초호화 요양병원 빛낸 비결은? 이사장의 '발품 경영'

발행날짜: 2017-02-15 05:00:58

리얼병원스토리서초참요양병원, 커튼까지 직접 제작해 원가 절감

벽면과 바닥 전체를 둘러싼 대리석과 고급스러운 조형물, 로비에 퍼지는 은은한 조명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까지…

호텔이 아니다. 개원 1년이 채 안됐지만 이미 대기환자가 줄을 서는 서초참요양병원 얘기다. 심평원의 깐깐한 잣대에도 단한번 꼬투리 잡힌 적 없는 이 병원은 고령화시대 요양병원의 롤모델을 제시해주고 있다.

병원 의자, 커튼 하나까지 이사장이 직접 제작해 원가 절감

서초참요양병원은 로비부터 복도, 병실까지 병원 분위기는 완전히 걷어냈다. 대신 호텔 혹은 리조트에서 느낄 법한 쾌적함을 가득 담았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로비 카운터에서는 접수창구가 아닌 커피나 차 등 주문을 받았다. 오전에 한산했던 1층 로비는 오후가 되면서 환자를 찾아온 가족은 물론 지인으로 가득찼다.

병원 로비. 접수 창구 대신 카운터에서는 커피나 차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156병상(1인실 76병상, 6인실 80병상)을 갖춘 병원은 신경과, 재활의학과, 한방과, 치과 등 총 5개 진료과를 갖췄다.

지하 1층에는 환자의 보호자와 간병인을 위한 목욕탕은 물론 월풀목욕실, 맥반석 찜질방, 족욕실은 물론 미용실, 포켓볼 당구대 시설까지 갖췄다.

대학병원급에서도 갖추기 어려운 수중재활치료 시설에 4억원을 호가하는 로봇보조정형운동장비에 수(水)치료실을 뒀다.

이런 수준의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의 병원비는 얼마나 될까. 6인실 기준 병원비는 월 평균 70만~80만원선. 1인실은 하루 병실차액은 18만원 수준이다. 최근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초호화 요양병원과 비교하면 높지 않는 액수다.

서초참요양병원 1인실. 책상과 탁자는 일반 가구로 꾸몄고 커튼도 특수 방염처리된 고급스러운 천으로 별도 제작했다.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서초참요양병원의 설립자인 김선태 원장은 "다른 곳에서 원가를 줄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병원의 이사장이자 김 원장의 부인인 김옥희 이사장은 발품을 팔아가며 병원을 꾸미고 원가를 최소화했다.

병원 로비에 고급스러운 의자와 탁자부터 병실 거튼까지 각종 자재를 인도네시아 공장에 직접 주문, 제작함으로써 원가를 줄였다. 또한 직원식당에 값싸고 질좋은 식자재를 받기위해 이곳저곳을 돌며 직거래 활로를 찾았다.

병원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고자 직접 공사현장에서 뛰다보니 아예 인테리어 업체를 차렸다. 참예원의료재단 산하에 4개 병원 공사를 진행하려다 보니 각종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화려한 병원의 외관과는 달리 평소 김옥희 이사장은 언제라도 공사장에 나가도 좋을만한 간편한 복장이다.

족욕실. 환자는 물론 보호사도 사용하며 피로를 풀수 있다.
호텔급 수준의 인테리어로 상당한 비용을 쏟아부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장이 발품을 팔아 다니면서 예산을 최소화한 것이다.

김선태 원장은 "외부 업체에 맡겼다면 상당한 비용이 들었겠지만 직접 자재를 구하고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노하우도 쌓이고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면서 "비용을 줄인 만큼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노인요양병원을 한다고? 이상한 의사다"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는 서초참요양병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참예원의료재단의 역사를 되짚어야한다.

서초참요양병원은 지난 2001년 서울에 최초로 문을 연 노인요양병원을 시작으로 영등포구 참병원, 성북참노인전문병원, 송파참노인전문병원에 이어 강남구청에서 운영권을 위탁받은 행복요양병원까지의 노하우를 담은 곳이기 때문이다.

운동치료실. 천장에도 재미난 무늬를 연출해 누워있는 환자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고자 했다. 창밖에는 인근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가 보인다.
지난 2001년 화곡역에 노인요양병원을 개원할 때만 해도 서울에는 노인요양병원이 없었다. 관할 보건소 직원은 "서울에 노인요양병원을 하는 경우는 없다. 한적한 시골에서 운영해야지 왜 서울에 하려고 하느냐"며 의아해하던 시절이다.

서초참요양병원 설립자인 김선태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당시 화곡동에 과감하게 200병상 규모로 개원했고 1년만에 2개층을 증축하기에 이르렀다.

김 원장에 따르면 당시 중풍 환자가 재활치료를 위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한방병원으로 몰렸고 월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의료비로 1년이면 집 한채 비용이 나가던 때였다.

이미용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간. 환자, 보호자, 간병인까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차라리 공동간병을 제공하면서 물리치료를 해주면 비용은 절감하고 치료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과정에는 김 원장의 부인이자 참예원의료재단을 총괄하고 있는 김옥희 이사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크게 한몫했다.

환자, 보호자부터 의료진까지 모두가 행복한 요양병원

서초참요양병원은 시설 뿐만 아니라 인력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내과와 신경과 각각 전문의 1명씩, 재활의학과 2명, 한의사 1명, 당직의사 1명 총 6명의 전문의에 1주일에 1번씩 치과진료를 실시한다.

대부분 요양병원 의사 연령이 60대 이상인 것과 달리 모두 40대 젊은 의료진으로 구성했다.

게다가 요양병원 의사 인력 1등급 기준은 35:1이지만 참요양병원은 23:1 수준. 간호사 인력도 1등급 4.5:1이지만 3.5:1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운동 치료사는 총 30여명으로 1:1운동 치료를 실시한다.

의료진들은 매일 오전 컨퍼런스를 실시, 전날 입원한 환자부터 상태가 좋지않은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상의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과, 내과, 재활의학과, 한방과의 협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수십알의 약을 먹던 고령의 환자들이 협진을 통해 약을 줄이고 최적의 진료를 받는단다.

다른 요양병원과 달리 참요양병원만의 특색은 환자의 질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에 따라서는 회진하는데 반나절을 할애할 정도다.

의료진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할 수 있고 호스피스 환자 보다는 재활치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하는 환자 비중이 높아 의사로서의 보람도 크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간병인에게까지 식사 때마다 밥과 국을 제공한다.

"요양병원 넘어 실버타운 롤모델 제시하겠다"

참예원의료재단 산하의 4개 병원 모두 300년이 이어가는 병원이었으면 한다는 게 김선태 원장의 바람이다.

그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메이요 클리닉'처럼 주민의 기부로 운영할 정도로 환자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병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참예원의료재단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옥희 이사장은 얼마 전, 경기도 가평 일대에 1만여평 규모의 대지에 1300평 규모의 건물을 매입하고 또 다른 요양병원의 모델을 구상중이다.

또한 요양병원을 넘어 실버타운 조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선태 서초참요양병원 설립자
고립된 공간에 노인만 존재했던 지금까지의 실버타운과 달리 인근에 주택이 있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노인 환자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어린이와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엔돌핀을 얻기 때문이다.

'최고의 요양병원은 본인이 살던 집이다'라는 게 김선태 원장의 생각. 그는 실제로 환자가 집에서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일 때에만 병원으로 올 것을 권한다.

서초참요양병원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집에서 느끼는 안락함을 주는 것. 이를 위해 전 병실, 화장실까지 온돌을 깔고 병실에 환자 침대 이외에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들여놨다.

재활치료실 창문 밖으로는 바로 옆 아파트 공원, 놀이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곳의 장점. 환자들은 창밖으로 들리는 아이들이 웃음소리에 활력을 느끼고 우울감을 잊는다고.

김 원장은 "앞으로 요양병원만 덩그러니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면서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놀럭가는 기분으로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