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전방에서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근무 중인 국군장병들. 이들은 매일아침 경계근무를 위해 일출·일몰시간을 확인하고 전방경계 계획을 세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국군장병들처럼 생명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출·일몰시간을 확인하고 머릿속에 되뇌는 이들이 있다.
바로 충청권 닥터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단국대병원 항공의료팀'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충남권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단국대병원 항공의료팀을 찾아 이들과 하루를 함께했다.
단국대병원이 운영중인 닥터헬기는 지난해 1월 운항을 시작해 현재까지 300회 가까이 출동했다. 이들이 책임지는 충남지역의 인계점은 총 124곳. 출동은 주로 서산이 가장 많고 홍성, 당진, 보령 등 순이다.
항공의료팀의 공식적인 업무시간은 일출·일몰시간이다. 이날의 일출시간은 아침 6시 58분. 주간에만 닥터헬기를 운영하기 때문인데, 닥터헬기 운영을 책임지는 항공의료팀은 일출시간 30분 전에 근무지인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항통제실'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헬기 점검으로 시작한다.
이날 점검은 오전기장인 허정욱 기장이 맡았다. 군 장교 출신은 허 기장은 군대시절부터 헬기조종을 맡은 턱에 닥터헬기 사랑이 대단하다.
"일몰·일출 시간에 원칙적으로 닥터헬기를 운영해요. 그래서 모든 항공의료팀원은 일몰·일출 시간을 확인하고 있어야 해요. 생활패턴이 군인들과 유사한데, 늘 아침마다 헬기를 체크하고 이상이 없는 지 확인하는 것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어요."
닥터헬기 운영을 책임지는 항공팀이 헬기를 체크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면, 응급환자 이송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팀은 전날 이송돼 온 환자 치료 과정 등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의료팀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으로 구성되는데, 매일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의료팀 근무조는 응급의학과 조현영 교수와 박초아 간호사가 한 팀을 이뤄 환자 응급이송을 책임진다.
"일단 시작하면 먼저 중앙응급의료센터 시스템에 들어가서 주요 공지사항들을 체크하고 있어요. 응급의학과 특성 상 응급에 대기하는 업무라 크게 다르진 않아요. 대신 겨울철이라 뇌졸중 환자들이 많아 최근 특히 더 대비하고 있어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점심시간
항공의료팀이 가장 바쁘면서도 긴장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인 점심시간이다. 보통 점심시간으로 볼 수 있는 11시부터 2시까지 출동요청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11시부터가 출동요청이 가장 많은 시간이에요. 직장인들이 보통 9시부터 일하기 때문에 다치는 시간대에도 이 후 시간대가 가장 많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며 "11시부터 2시까지 출동요청이 가장 많아 점심도 항상 통제실에서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 날도 항공의료팀은 점심도시락을 해결하기도 전에 다급한 응급요청 전화가 걸려온다.
순간 통제실 내 대기 중이던 의사, 간호사는 의료장비를 챙기고, 헬기 기장과 정비사는 급히 통제실과 20m 거리인 헬기장으로 뛰어나갔다. 환자는 겨울에 가장 많은 뇌졸중 환자. 의료진도 서둘러 헬기에 탑승했다. 바로 태안으로 출발했다. 출동요청전화 수신부터 이륙까지 불과 5분이면 충분했다.
헬기는 기장과 부기장, 의사, 간호사까지 총 4명이 탑승했다. 환자를 이송할 인계점은 태안대대 비행장. 이동 중에도 의료팀은 의료장비를 계속 체크하거나 운항관리사에게 환자상태를 확인했다. 20여분이 지난 남짓, 천안에서 태안을 도착했다.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약 2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긴급 상황인 만큼 헬기는 최고속도인 140노트(시속 259㎞)로 운항했다.
헬기가 착륙 한 후 10분이 지나 환자가 도착했다. 해당 병원의료진과 닥터헬기 의료팀들은 환자상태에 대해 급히 얘길 나눴으며 한편에서는 환자를 헬기 내 응급침대로 옮겼다.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자 이송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환자를 태운 헬기는 천안에서 출발한 지 1시간 20분 만에 환자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의료팀은 환자를 이송하면서도 통제실에 있는 운항관리사와 환자 이송을 논의하며 응급치료를 실시했다.
이 같은 수고로 이미 헬기가 도착하기도 전에 응급의료진은 환자를 응급실로 옮기기 위해 대기했다. 의료진들은 신속히 환자를 응급차량으로 옮긴 뒤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환자 이송이 마무리 된 후 다 함께 점심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보통 이렇게 하루 1건 정도의 응급이송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대 저는 하루에 5번의 응급요청도 받아본 적이 있어요. 중요한 건 응급요청도 타이밍이 맞아야 해요. 동시에 응급요청이 오면 한 곳은 맞지 않아 갈 수가 없는 상황도 벌어진답니다."
여전히 아쉬운 응급의료시스템
정신없이 마무리 된 응급이송 이 후 이날 일몰시간인 18시 31분까지 추가로 이뤄지는 응급요청 전화는 없었다.
오후시간 동안 계속 대기하게 된 항공의료팀은 매주 한 번씩 하게 되는 통제실 대청소와 함께 항공팀 기장들은 경비시스템 점검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 항공의료팀은 불미스런 사건이었던 '헬기 파손' 사건을 떠올리며 더욱 꼼꼼히 경비시스템을 챙기고 있다.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CCTV의 질을 한층 강화하고, 착륙장 등 주변 경계강화를 위해 철조망을 설치하기도 했어요.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건이에요."
그러면서도 항공의료팀은 응급의료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대국민 인식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닥터헬기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대한 중요한 자산인데, 최근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해 상당히 아쉬워요. 닥터헬기 근처에 철조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대국민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방증이죠. 환자 생명을 위해 당연히 소중히 다뤄야 할 자산이거든요."
또한 허정욱 기장은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응급의료시스템 저변을 비교하며,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닥터헬기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이 많아요. 때문에 저희처럼 일출·일몰시간에 맞춰서 근무할 필요가 없어요. 구역도 정해져 있지만 시간도 정해져 있어 의료진들의 수고로움도 덜하죠.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일본보다 더 좋은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날 의료팀을 책임지는 조현영 교수는 의료진들의 보다 많은 확보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기존에는 6명의 응급의료과 전문의가 교대로 의료팀을 책임졌는데 내달부터 4명으로 줄게 됐어요. 응급의료제도가 발전하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외상센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의료진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발전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