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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야 한다" 국립대병원도 피할 수 없는 몸집 키우기

발행날짜: 2017-03-23 05:00:59

"본원 노후 시설·시스템으론 한계, 생존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대학병원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립대병원의 몸집 키우기가 계속되면서 지역 내 과열경쟁이 예상된다.

22일 메디칼타임즈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10곳 중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제주대병원을 제외한 7곳이 모두 분원을 운영 중이거나 설립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분원이 없는 나머지 3곳도 진지하게 분원 설립을 검토하거나 계획 중으로 조만간 국립대병원 10곳 모두 분원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대병원은 지난해 원주혁신도시 내 분원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예산상의 한계로 분원 설립 계획이 올스톱됐지만 언제라도 예산이 확보되면 추진해야 하는 제1과제로 꼽고 있다.

창원경상대병원
현재 약 200병상 규모로 암센터 건립을 진행 중인 충북대병원은 충주시 내에 제2병원 건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장은 예산 등 여력이 없지만 언제라도 기회가 된다면 추진하자는 게 병원 측의 기조다.

이밖에도 제주대병원은 지리적 특성상 제2병원 건립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9년 확장, 이전하면서 사실상 규모를 키운 바 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적자가 극심해 분원 설립 계획이 올스톱됐지만 언제라도 예산이 확보되면 추진해야하는 제1과제"라고 했으며 충북대병원 측은 "현재 암병원 건립으로 여력이 없지만 안정화가 되면 결국에는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충남대병원은 500병상 규모로 세종 충남대병원을 추진, 세종시 내 의료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며 경북대병원의 분원인 칠곡경북대병원(600병상)은 최근 700병상 규모의 임상실습동 건립을 추진, 총 1300병상 규모로 확대 중이다.

전북대병원도 2018년 8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군산전북대병원은 500병상 규모로 현재 부지를 확정짓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전북대병원 측은 "당장은 특화센터로 개원하지만 향후 규모를 확장해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경상대병원 또한 400병상 규모로 창원경상대병원을 개원, 총 1300병상으로 확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이 걸릴 뿐, 국립대병원 10곳 모두 제2병원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왜 분원을 건립하나

이처럼 국립대병원이 분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 발전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립대병원 본원 대부분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주차 등 공간이 협소해 최적의 의료서비스 제공하는데 한계에 부딪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게 일관된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국립대병원으로서 의료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낙후한 시설에서는 신규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국립대병원 기조실장은 "빅5 대형병원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지방의 경우 대학병원도 시설 좋은 곳으로 환자들의 이동이 크다"면서 "병원 시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군산전북대병원 조감도
또한 새 병원 건립은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 블루오션 전략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B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사각지대에 개원하면 기존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신규 직원 채용으로 인건비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국립대병원 본원은 장기근속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반면 분원은 신규 직원 비중이 높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제2병원이 자리만 잘 잡으면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이 낮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분원 설립은 규모의 경제 논리를 따져볼 때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동일한 장비를 구매해도 통합 구매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고 봤다.

C국립대병원 전 기조실장은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분원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환경"이라면서 "수도권 환자쏠림을 차단하기 위해 혹은 지역 내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하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A국립대병원 기조실장은 정책적으로 분원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에 대한 평가 기준이 공공성 이외 경영평가도 있다"면서 "기존의 시설과 조직, 시스템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재정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돌파구를 찾게되고 제2병원 건립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씁쓸한 의료현실"이라면서 "지칭할 순 없지만 타 대학병원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무리해서 분원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적절한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