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아젠다는 어느 새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오고 있다. 병원들도 인공지능 시대에 발 맞춰 '알파고 의사'로 알려진 슈퍼컴퓨터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병원들이 이른바 왓슨을 왜 도입하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 남은 과제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병원들은 왓슨에 왜 열광 하는가
최근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알파고 의사'로 알려진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를 도입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해 말 가천대 길병원이 암 환자 치료에 왓슨을 도입한 데 이어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그리고 최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까지 잇따라 왓슨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유명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왓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병·의원을 구분할 필요 없이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의료기관은 왜 왓슨에 목매는 것일까.
"수도권 병원 찾는 환자발길 돌리겠다"
왓슨을 도입하기로 한 병원들의 공통점은 바로 수도권에 위치한 길병원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 대학병원이라는 점이다.
이들 대학병원은 왓슨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겠다는데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을 찾던 환자들의 발길을 지역 내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건양대병원 최원준 원장은 "지역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위해 일부 수도권 병원으로 가는 현상이 있었는데, 왓슨 도입을 통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왓슨 도입이유를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동산병원 박건욱 교수(혈액종양내과)도 "왓슨은 근거에 의해서만 판단을 내리며 특히 방대한 양의 최신 의학 자료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므로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서울 유명 대학병원을 전전하는 번거로운 관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들 대학병원은 왓슨 도입에 대해 환자 유입증가 효과가 주목적인 셈이다.
서울의 A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솔직히 길병원이 왓슨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전환점"이라며 "지방의 대학병원들이 이전까지는 왓슨 도입에 대해 고민하다 길병원이 왓슨 도입으로 큰 효과를 거두자 마케팅적 측면에서 앞 다퉈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길병원 측도 지난해 왓슨 도입을 통해 환자유입 증가 효과가 거뒀다고 설명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왓슨을 활용해 진료한 환자는 암 환자 200여명 밖에 되지는 않지만, 언론 등을 통해 왓슨 도입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환자 증가 수치를 현재까지는 분석하지 않았다"며 "다만, 실제 체감도를 보면 분명히 환자가 늘었다. 암 환자에게만 왓슨을 활용해 진료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래 환자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베일에 가려진 왓슨 사용료
이같이 병원들이 왓슨을 앞 다퉈 도입하자 IBM에 내게 되는 사용료 규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즉 IBM에 내게 되는 사용료와 고려했을 때, 왓슨 도입이 비용 효과적이냐는 우려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 1년 사이 국내 상급종합병원 5개소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것을 두고 'IBM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왓슨을 도입한 전 세계 총 13개소 병원 중에 절반 가까이인 5개소가 우리나라 병원"이라며 "한 나라에 왓슨을 활용하는 2개소 이상의 병원이 있는 곳도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IBM 측은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전 세계 70개소 이상의 병원들이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IBM에 따르면, 암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70개소 이상으로, 중국에서만 2016년 8월 21일 기준으로 21개 병원이 왓슨을 도입했다.
IBM 측은 "2017년 3월 현재, 중국 내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50개소가 넘는다"며 "전 세계에서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공개된 곳만 최소 70개소 이상이다. 병원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한 곳을 포함시키면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체 분석하는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도입한 병원은 17개소로 한국에선 최근에 부산대병원이 도입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왓슨을 도입하기로 한 병원들은 계약 상 IBM과 계약한 왓슨 사용료에 대해선 계약 상 철저하게 함구하면서도 비용 효과적으로도 왓슨은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왓슨 사용료의 경우 현재까지 병원들은 일정기간 사용료를 납부하고, 계약상 활용 빈도가 넘어설 경우 추가요금을 내는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MB에 내게 되는 왓슨 사용료의 경우 현재까지 10억원 이내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
왓슨을 도입한 B대학병원 관계자는 "솔직히 왓슨이 비용 효과적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이해가 되지 않은 의견"이라며 "많은 대학병원들이 수십억 혹은 수백억을 투입해 의료기기를 구입하는데, 왓슨 활용에 따라 투입되는 금액은 이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IBM과 계약 상 밝힐 수는 없지만, 충분히 비용 효과적"이라며 "대형병원들이 수천억원을 투입해 양성자 치료기 등 암치료기를 구입하는 상황에서 왓슨 활용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