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의사들의 정치력을 논하지만 항상 법안이나 제도가 나온 다음에야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에요. 한발 먼저 모험을 걸어야 승산이 있죠."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12일 인터뷰를 통해 조기 대선 정국속에서 의료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결과에 관계없이 모험을 걸어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
노만희 회장은 "늘 대선이나 총선때마다 의사들의 정치 참여를 얘기하지만 한발 늦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뒤늦게 새누리당 지지를 선언한데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면서 결과적으로 아무런 생색도 내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대개협이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 단체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간담회 등을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발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 회장은 "진정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선 후보와 캠프 두 곳 모두에 힘을 보태며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그렇게 공조체계를 갖춰놔야 정치세력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안을 낸 뒤에야 의원실을 찾아가 맞고 틀린 것을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법안이 발의된 뒤에야 찾아가면 늘 의료계는 문제 있을 때만 찾아오는 집단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상시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긴밀하게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결과가 두려워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거나 뒤늦게 움직여서도 마찬가지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모험을 걸면서도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모든 당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대개협이 각 과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간담회를 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외부적인 정치력과 더불어 내부적인 정치력을 확보하는 것도 노 회장이 힘을 쏟는 부분 중 하나다.
각 과별 의사회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는 만큼 대개협 안에서 의견이 조율되고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력이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만희 회장은 "지난 1989년 대개협이 구성된 이후 1996년 각 과가 다시 뿔뿔히 흩어져 의사회를 만들면서 각자 도생에 나섰다"며 "그렇기에 이를 하나로 다시 모으는 작업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각 과의 이슈들이 대개협 안으로 모이고 그 안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며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는 것이 대개협의 존재 이유"라며 "대개협이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근거와 힘 모두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역할을 찾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