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를 병원 단계에서부터 의무화하는 시범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효성이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오는 17일까지 온라인 출생신고 시범사업에 참여할 분만병원의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온라인 출생신고제는 출생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주민센터를 찾아 신고하던 것을 전산화한다는 것. 행정자치부 주도로 법원행정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협의하며 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다.
출생신고 의무자는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출생신고서를 작성하면 되고, 병원은 급여 청구를 하는 것처럼 심평원에 산모와 신생아 정보를 전산 입력하면 된다.
분만병원들이 챙겨야 하는 정보는 산모의 이름과 생년월일, 신생아 출생일시와 성별, 의료기관명이다. 물론 산모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이달 중으로 약 30개 정도 선정해 업무 시스템 개선 협의를 거친 후 올해말부터 시범사업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분만을 하는 병의원은 300여개며 연간 2500건에 달하는 분만을 하는 곳도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온라인 출생신고제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김재연 법제이사는 "산모 동의 없이 출생아의 개인정보를 전자적으로 행정기관에 송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목적이 있는 산모란 미혼모 등 혼외임신을 말한다.
김 이사는 "출생신고가 안 된 어린이가 학대 위험이 노출 위험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나온 방안인 것 같은데 이들 어린이의 부모 대부분이 미혼모와 이혼 후 임산, 출산을 한 사람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해주겠다고 하면 과연 개인정보 사용을 동의할까"라고 반문하며 "전형적인 정부의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도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이 출산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산모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출생신고 대상 산모 이름에 고유번호를 병원에서 제공하고 해당 고유번호로 출생 정보를 기록하면 심평원이 전자적으로 행정기관에 송부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방법은 심평원에서 전산망을 통한 행정처리 규정에 대한 법률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