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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글리벡 행정처분 파장…의·약계 평행선

원종혁
발행날짜: 2017-05-04 05:00:59

"생동성 이외 비교임상 필요"vs"안전성 차이? 제네릭 허가 왜 하나"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애초부터 오리지널과 제네릭간에 생동성을 고려한 정책적 결정이 아니었다."

노바티스 항암제 '글리벡(이매티닙)'이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된 이유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일자, 복지부가 내놓은 답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글리벡 제네릭은 식약처에 생물학적동등성 검증을 끝마친 품목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서 고민 대상도 아니었다"면서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제네릭에서 오리지널로 넘어가는 약물의 대체과정에 따른 부작용을 중점적으로 살핀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암제이기 때문에 대체과정을 놓고 실제 임상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더 청취한 것이지,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글리벡 제네릭이 이번 행정처분 대상이었다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9개 품목(엑셀론캡슐 및 패취, 조메타주 등)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글리벡을 포함한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당초 급여정지가 예상됐던 글리벡의 경우 약제 '스위칭(변경)'으로 암질환이 악화되면 환자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임상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는데 파장이 일었다.

이번 행정처분은 지난 2014년 7월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 품목에 대한 요양급여 정지 및 제외 제도 시행 이후 '경고처분' 이외 첫 사례로, '글리벡과 같은 오리지널 약물은 퇴출이 불가능하다'는 좋지 못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처분 이유로 제시된, '백혈병 환자는 약제에 반응을 보이는 한 지속 복용하며, 이처럼 수년간 장기복용하는 약제의 경우 환자의 몸이 해당 약제에 적응하여 동일 성분일지라도 타 제조사 제품으로 변경이 어렵다'는 조항에 논쟁이 불거졌다.

식약처 허가까지 통과한 '글리벡 제네릭'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제네릭 대체 불가라는 얘기가 아니라, 대체과정에서 치명적 부작용의 발생을 우려한 것"이라며 "전문가와 논의 과정에서, 원론적으로 리베이트를 엄벌하는 것은 맞지만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가고 의료진의 처방권까지 제한받는게 맞느냐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체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환자들이 이러한 대체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 또 급여정지로 인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절차를 밟는 것에 비해, 중증 암환자가 받게 될 피해없이 과징금 처분과 약가인하를 통한 제약사 규제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의약계 입장차, "실제 스위칭시 부작용 호소"
vs"복지부, 따로 노는 제네릭 활성화 대책"


이번 결정을 두고 의약계가 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판 중인 글리벡 오리지널은 베타형이고 복제약은 알파형"이라면서 "베타형 성분의 글리벡은 2018년 7월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구조적으로 일부 차이가 있는 알파형으로 만들었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 복제약을 사용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기존에 오리지널 약을 사용하던 환자에게 강제로 약을 변경하는 것은 일단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글리벡 복제약의 결정형 차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생동성 시험 이외 비교 임상시험도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달리 약사단체 일각에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부작용이나 안전성 측면에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허가를 받았는지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러한 논리라면 복제약의 의미가 뭔지 물어야한다. 복제약은 오리지널과 동등하다고 보기 때문에 대체조제인센티브 등 복제약 활성화 대책도 많이 시행하는 상황"이라면서 "복지부가 지끔까지 진행해왔던 제네릭 활성화 대책과 이번 결정이 어떤 의미에서 부합하는지 묻고싶다"고 밝혔다.

글리벡 제네릭의 결정형 차이와 관련해선 "글리벡은 알파형, 베타형 제형이 다른데 특허 회피를 통해 식약처에 허가를 받은 이런 약들은 이미 많다"며 "알파 베타 유의미한 차이가 없고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는게 세계적으로 입증된 상황에서, 만약 알파형 베타형이 다르다는 문헌적 근거가 있으면 세계적으로 공유를 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알파형 베타형 차이와 관련 신뢰할 논문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인데, 임상 환자의 경험적 근거만을 가지고 결정한게 문제라는 것이다.

건약은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치명적인 부작용 우려 등에서 설득력은 있지만, 예외사항이 있으면 환자 중증도를 따지는 기준은 어떻게 정할지도 의문"이라면서 "현재 글리벡 제네릭과 관련한 생동성 등 식약처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의 이번 행정처분은 향후 유사 사례 발생 시 명확한 판단의 잣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