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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말아?" 스승의날 딜레마 빠진 의국 풍경

발행날짜: 2017-05-11 12:00:58

김영란법 적발 여파 고민 가중…의대생들도 회의 거듭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연일 이슈로 떠오르면서 스승의 날을 앞둔 의국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매년 진행하던 행사를 진행하기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학생들도 같은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A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는 11일 "병원에서도 그렇고 교수들도 절대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떻게 또 그냥 모른척 지나갈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필이면 내가 치프를 맡았을때 이런 상황이 벌어져 난감할 따름"이라며 "벌써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고민이 가중되는 이유는 김영란법의 칼날이 이미 대학병원 곳곳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십시일반 모아 정년퇴임 교수 선물을 산 것조차 김영란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상황이 의국 전체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

정성을 담은 선물이라도 사실상 상하관계에 있는 의국의 구조상 모두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병원들은 아예 스승의날 행사 자체를 병원 자원에서만 진행하고 의국에서는 그 어떤 행사도 할 수 없도록 조치한 곳도 있다.

B대병원 보직자는 "스승의날 오전 이례적으로 병원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이후 모든 행사를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삭막하긴 하지만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전했다.

또한 그는 "김영란법이 잘못 알려지면서 혹여 2~3만원짜리 작은 선물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교수들이 아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법무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의국을 넘어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대생들 또한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매년 일정 금액을 모아 선물을 샀던 것이 모두 법규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의국보다 대학이라는 특수성으로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가 있기에 스승의 날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다.

A의대 본과 3년차 학생은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안된다고 또 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 하다"며 "다들 같은 고민을 갖고 있어 오죽하면 단체 채팅창을 열어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그는 "중론은 교수님이 어쨋든 받고 돌려주는 것이 모양새가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건 결국 다들 안할 수는 없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