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사의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정책펀드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감당할 펀드의 역할이 곧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분석이다.
12일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엄기현 선임연구원은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시스템' 보고서를 통해 제약산업을 위한 정책펀드의 역할 등 다양한 조언을 곁들였다.
신약개발은 장기간 소요되고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기업은 현재 연구 네트워크와 우호적인 투자환경 등을 갖춘 혁신시스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
엄기현 연구원은 "혁신 시스템이란 정부, 대학, 기업 등의 상호연계 속에서 기업이나 대학이 단독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학의 발전 또는 기술개발을 촉진시키는 환경을 말한다"며 "유럽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등장한 혁신생태계란 용어는 정부・대학・기업 외에 금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며 "여기에 벤처캐피탈과 같은 금융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바이오섹터 전문 벤처캐피탈의 수가 늘어나고 투자도 증가했지만, 추가 정책펀드 조성 없이는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신약개발 혁신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간접적인 역할 확대, 대학・기업의 도전적인 연구개발,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추가 정책펀드에 대한 요구도는 여전히 높다는 게 그의 판단.
엄기현 연구원은 "정책금융기관의 바이오섹터 펀드 조성은 초기 기업의 도전적인 글로벌 신약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다"며 "이와 함께 기초・응용과학에 대한 정부연구비 증액과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KDDF) 등 투자 성격의 R&D 예산 확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 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쉽게 말해 제약・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주체는 물론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대학, 기업의 기초과학, 응용과학 연구를 통해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바이오섹터 정책펀드에 R&D 비용 세제 혜택 부여 등 지원을 하면 혁신신약, 개량신약의 발굴과 의약품 매출 증가가 다시 대학 기업의 연구 지원으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엄기현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높은 기술・산업적 난이도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투자기관의 바이오 심사역 고용이 매우 드물었다"며 "하지만 최근 투자기관의 전문 인력 영입 등으로 제약・바이오 특유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성장 배경에는 대학・기업에서의 혁신기술 개발 외에도 금융권에서의 혁신이 있었다"며 "1980년대 제넨텍, 암젠 바이오젠 등의 등장과 함께 금융권에서도 관련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2012년 이후 바이오 심사역에 대한 수요가 급증,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의 글로벌 신약개발 프로젝트 수행 및 금융권의 해당 분야 투자 경험 축적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