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유형별 한 해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환산지수 계약, 이른바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가 2차 수가협상까지 진행한 데 이어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차례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인상을 둘러싼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나선다.
이들 3곳은 매년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하는 수가인상 추가재정분 중 매년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유형이다.
실제로 최근 6년 간 '의원·병원·약국 추가재정분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진행된 2017년도 수가협상에서도 추가재정분으로 결정된 8134억원 중 86%를 이들 3개 유형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병원과 의원이 지난해 전체 추가재정분 중 75% 가까이 차지했다. 약국의 경우 가장 높은 수가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차지하는 추가재정분 규모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추가재정분의 4분 3을 병원과 의원 수가인상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수가협상의 구조가 추가재정분을 둘러싼 각 유형의 '제로섬 게임'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큰 유형인 병원과 의원 서로간의 눈치싸움이 전체 수가협상 판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2개 유형의 '제로섬 게임'은 최근 몇 년 간의 수가협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3년도의 경우 4대 중증질환 및 3대 비급여 개선책 등 병원급을 대상으로 한 보장성 강화 정책에 맞물려 병원이 전체 추가재정분 중 절반 가까이인 49.1%를 가져갔다.
상급병실료 등 병원급 주요 비급여가 급여권으로 포함됨에 따른 보상논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20%까지 차이가 났던 의원과 병원의 추가재정분 점유율은 차츰 좁아지면서 2016년도 수가협상에 들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병원을 대표하는 병원협회는 최종 협상이 결렬되는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인 2017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추가재정분 속에서 병원이 다시 42.3%의 추가재정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보상과 사상 최대를 기록한 건강보험 재정 흑자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1차 수가협상에서 병원과 의원을 대표하는 단체인 병협과 의협은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하며, 수가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유형은 공통적으로 인건비와 관련된 어려움을 호소하며 수가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병협 홍정용 회장은 "대부분 병원은 인건비 비중이 50%를 넘어서는데 급여는 인상되는데 수가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으니 답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일차의료 활성화는 공감하지만 이를 수가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협은 늘어나는 인건비 비중에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의원의 현실을 설명하며, 수가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 변태섭 수가협상단장(울산시의사회장)은 "의원급의 어려움을 건보공단에 설명했다"며 "새 정부에서 적정수가라는 저수가 개선과 일차의료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의원들의 어려움이 적정수가로 보전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협 추무진 회장은 별도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면서 "이미 수년전부터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들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며 "최근에는 인건비마저 지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의료체계의 붕괴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