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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특제도 시행 2년…우판권 무용론·폐지론 고개

발행날짜: 2017-05-25 05:00:50

산학연 '제도 개선' 한목소리…식약처 "협의체서 의견수렴"

"우선판매권이 왜 필요하냐는 시각을 가진 업계분들이 꽤 있다."

제도 시행 2주년을 맞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두고 업계의 제도 개선 주장뿐 아니라 제도 무용론 주장까지 고개를 들었다.

수 십개 회사가 '무더기 소송'에 참여, 다수의 제약사가 동시에 우선판매권을 누려 큰 실익이 없거나 소송 비용 부담을 늘리는 등 허특제도가 이미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다.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2015년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제네릭 개발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요청하면 식약처가 특허 보유 제약사에 이를 고지하고 특허보유사가 최장 9개월간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제도다.

다만 복제약 제조사가 특허소송에서 이길 경우 9개월의 우선판매권리(우판권)과 약가 혜택을 얻지만 문제는 최초로 심판을 청구한 한 제약사뿐 아니라 최초 심판청구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타 제약사가 심판을 청구해도 모두 '최초 특허심판 청구'로 간주된다는 점.

최초 심판청구 제약사가 나타나면 다수의 제약사가 무더기 소송으로 '무임승차'한다는 점에서 우판권의 실익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었다.

실제로 이날 포럼에서는 업계의 다양한 제도 개선책이 제시됐다.

이경준 제일약품 개발팀 팀장은 "허특제도와 관련한 일련의 심판을 미리 준비하면서 제약사들은 불확실성으로 시작해 불확실성을 떠앉고 이후 절망, 안도로 끝난다"며 "진짜 도움되고 보람을 느끼는게 아니라 절망, 안도 수준에 머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판매허가제도가 FTA 제도 시행에 따른 당근책으로 주어진 것인데, 정말 당근책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허특연계제도 시행 이후 심펀 청구 건수 증가, 청구 업체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특제도 시행 이전인 2008년부터 2014년, 시행 후인 2015년부터 2017년 두 시기로 나눈 결과 한 특허당 심판청구 건수가 6.4건에서 14.2건으로, 소송에 참여한 제네릭 사업자는 76개사에서 144개 회사로 증가했다는 게 이 팀장의 분석.

이경준 팀장은 "제도 시행 전에는 소송을 안하던 제약사들이 지금은 한번이라도 꼭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소송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소송 논리가 개발된 것은 순기능이지만 최초 심판청구 지위를 얻기위해 과도한 조기 청구 경쟁은 부작용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PMS 만료일 기준으로 평균 1년 9개월 전 심판 청구를 했는데 이제는 3년 2개월 전에 청구를 한다"며 "특허 만료 전에 심판청구는 6년 7개월 전에서 이젠 8년 4개월 전으로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구 자진취하율 역시 9%에서 27.3%으로 껑충 뛰었다"며 "제제의 연구가 확립되지 않았는데도 먼저 권리범위확인 심판부터 청구하고 나중에 결정형 원료 찾으러 돌아다니는 촌극을 벌이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초기 연구 단계에서 공동 심판 청구 제약사를 모집하고 마케팅 검토없이 7~8년 후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경쟁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최초 심판 요건'의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경준 팀장은 "‘최초심판요건을 규정하는 약사법 제50조의8 1항3호를 삭제해 우선판매허가 요건을 최초 품목허가 신청자 및 등재특허에 대한 승소 심결 또는 판결이 있는 자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최초심판지위에 대한 일종의 강박 요건을 삭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미약품과 영진약품은 최초 심판 청구 기준을 PMS 만료 기준으로 바꾸자고 특허 등재 목록 삭제 보완책을 촉구했다.

김윤호 한미약품 특허팀 팀장은 "14일 기준을 없애고 차라리 PMS 만료 1년전이나 2년 전에 심판 청구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며 "이어 소송 중에 특허 등재를 삭제하는 경우 우판권이 사라지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허존속기간연장에 있어서도 법리적, 논리적 해석을 떠나 연장제도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신약이 적은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넓은 범위를 인정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곽규포 영진약품 개발팀 팀장 역시 "최초 심판 청구 기준을 PMS 만료 1년이나 2년 전으로 바꾸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특허 도전을 하는 도중 특허권자가 등재 목록을 삭제해 특허를 소멸시키는 경우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판권 무용론에 힘이 실리면서 우판권 폐지론도 고개를 들었다.

박종혁 변리사는 "업계에서 최초 심판청구 요건을 없애자는 말이 나왔다"며 "우판권 취득 제약사간 변별력 없는 마당에 최초 심판청구 지위가 필요없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우판권이 왜 필요하냐는 시각 가진 분들이 꽤 있다"며 "변별력도 없는 우판권을 위해 빨리 심판을 청구해야 하고 다른 제약사도 다 참여해 부담만 늘어 이런 제도는 타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판권을 없애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며 "다만 허가 관련 장애물을 뛰어넘을 유인책이 없다면 제네릭 출시 늦어질 것이고 건보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적 사항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식약처 옥기석 과정은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을 많이 이야기 했다"며 "법을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손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판권과 관련해서 다음 달에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소송중 특허 등재 삭제 대응 방안도 고민하고 있곡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