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국민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개념을 잘 모른다. 개념부터 정립하고 법을 시행해야 하지 않나."
오는 8월 이른바 연명의료법이라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호스피스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두고 유예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최윤선 이사장(고대구로병원)은 29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시행을 앞둔 호스피스 관련 법률의 유예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학회는 지난 4월 말 보건복지부에 호스피스 관련 법률 시행규칙 입법예고 당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8월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선 최 이사장은 완화의료와 연명의료 개념이 합쳐진 법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호스피스는 살아있는 삶의 돌봄이 주축으로 임종 후까지도 돌봄의 개념이 들어간다. 하지만 연명의료는 말 그대로 중단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그 다음의 대안이 없는 것"이라며 "상충되는 개념이 합쳐지며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법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명의료 결정을 하더라도 그 전에 호스피스라는 돌봄을 잘해야 한다. 법률 취지는 좋았지만, 이에 대한 적용시점에 모순이 있다"며 "호스피스는 말기 때부터 하는 것이고, 연명의료 결정은 임종기 때 하는 것이다. 적용시점과 대상자, 행위의 과정이 혼합돼 있어 전문가가 봐도 혼란스럽기에 유예기간을 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유예기간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보완해 시행하자는 것이 학회 측이 입장이다.
최 이사장은 "1~2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법률에서는 가족과 대리인의 역할을 배제하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만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얼마나 심각한 부분인지 증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환자 혼자 결정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가족이 이를 대신해 결정하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14가지에 이르는 벌칙조항, 독소조항 보류해 달라"
동시에 최 이사장은 14가지에 이르는 벌칙조항에 대한 보류를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자칫 이대로 법률이 시행됐다가는 벌칙조항을 우려해 완화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호스피스 관련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에는 법 미이행에 대한 다양한 벌칙 조항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제39조에 따르면 제15조 즉,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행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이행 대상은 환자가족의 진술과 함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포함했다. 즉,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연명의료중단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 이사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임종기 당시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법률 시행 때부터 이러한 벌칙조항을 없애고 해보자는 것"이라며 "독소조항을 보류해가면서 나아가야지 법률 시행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는 정부도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독소조항이 오히려 호스피스를 위축시킬 것이 뻔 하니 제고해달라는 것"이라며 "제도 시행의 속도조절이 필요한데 이렇게 가다간 호스피스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