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정책 공약 중 하나가 일차의료특별법 제정.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초청, 특별대담을 통해 특별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담자들은 일차의료특별법 논의와 함께 동네의원을 위협하는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일차의료특별법,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진행: 새 정부가 제시한 공약 중 일차의료특별법이 눈에 띈다.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인 만큼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지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이하 서): 지금까지 일차의료의 구조적 측면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일차의료기관이라 함은 이러저러한 것을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결핵 사망률이 높은 국가다. 결핵 등 감염병 질환 관련 정부의 백신접종 사업 등이 역할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의사가 돈을 보고 움직이지만 의사에게 주는 돈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정부도 예산을 지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책 추진 초반에 '만성질환 관리했더니 합병증이 줄더라' '예방접종 사업했더니 보건소가 아닌 가까운 병원을 이용해서 좋더라'라는 등 국민들의 반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라고 본다.
취약지 일차의료는 야간진료, 왕진 및 방문진료 지원 등 기능별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하루 방문진료 했을 때 수익과 하루종일 진료했을 때 수익이 같거나 높다면 각 의료기관들은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이하 권) : 개인적으로 지역의사회라는 자발적 거버넌스가 없이는 동네의원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거버넌스를 못 만들면서 문제가 되는 의사를 잡아내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사회가 스스로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일차의료특별법에도 커뮤니티 개념의 지역의사회를 지원하는 방안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의료취약지에 개원하는 동네의원은 초기정착금을 주던지 정부 땅을 임대해주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취약지에도 동네의원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즉, 취약지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병원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건보공단이 빌딩을 사고 그 곳에 동네의원을 입주시켜주면 좋겠다. 그리고 의원간 협진체계를 만들어주면 메디컬빌딩의 새로운 개념이 될 것이다. 특별법을 통해 의원간 장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일차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인프라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다만 동네의원도 의료 질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 얘기인 즉, 동네의원의 수술방에 대한 감염관리에 대해 신뢰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 적어도 수술방에서 자장면 먹는 현실을 얘기하면서 정부 지원을 주장할 순 없으니 말이다.
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이하 기): 나는 공정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국가적으로 의료취약지가 있는 것은 인정하고 이곳에는 보건소가 진료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건진료소, 보건지소 설립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의원은 보건소와의 불합리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의사들에게 의료취약지에 가라고 얘기하기 전에 제도적 공정성을 담보해줘야 할 것이라고 본다.
보건소 기능, 어디까지가 적절한가
진행: 갑자기 논의가 보건소 역할 및 기능에 대한 부분으로 흘렀는데 보건소에 대한 동네의원의 불만이 상당하긴 한 것 같다.
기: 보건소에서 당뇨, 고혈압 진료를 하고 있는데 이는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젊은의사들은 왜 우리가 보건소와 경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마치 국가와 기업이 경쟁하는 꼴 아닌가. 수가는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으니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경쟁이 안되는 구조이다보니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권: 제도는 모든 국민을 만족시킨 적이 없으니 늘 불합리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계속 변화한다고 본다. 그런데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를 들어보면 본인들이 기대하는 경제적 수준을 채우면 모든 불합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정부가 의사들이 원하는 경제적 기대치를 달성시켜줄 수 있느냐. 아마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측면이 있지만 보건소의 환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의사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지는 의문이다.
기: 그렇지 않다. 지방에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심각하다. 의료기관 인근에 보건소가 들어오면 일차의료기관 싹 망한다고들 한다. 하루에 30~40명씩 진료를 하는데 보건소 기능이 진료인지 묻고 싶다. 당초 예방적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서: 보건소 문제는 지자체 장의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이 소실됐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문제다. 권 교수가 말했듯 시장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불합리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권: 보건소에 대한 동네의원의 저항감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보건소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의료서비스와 규제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A보건소는 환자진료를 함과 동시에 인근에 B의료원의 문제점을 지적,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의료계와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 대만의 경우 동네의원의 규제기능을 시청에 맡기고, 보건소는 의료서비스만 하다보니 협진이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 보건소의 의료서비스는 왕진에 국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왕진을 신청하면 보건소에게 실시하도록 하면 보건소도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동네의원과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다. 보건소의 기능을 전환하고 왕진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 일차의료의 범위와 대상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공공적 역할과 기능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건소와 관련해선 중앙정부와 무관하게 지방정부 차원에서 더 잘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실제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관계자가 거버넌스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