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으로 꾸려진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진료에 나섰다고 7일 밝혔다.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은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으로 환자의 장(腸)속에 뿌려주는 치료법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
우리나라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해 그 간의 국내외 임상시험 성과로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첫 승인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 허가사항에서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이 시행될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은 건강한 사람에서도 소량 기생할 수 있는 균으로 급격히 증가하면 독소를 배출해 장염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설사와 발열, 점액변 또는 혈변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복통과 오심, 구토, 복부팽만감, 오한 등 다양한 불편감을 동반한다.
감염성 질환으로서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은 주로 다른 질환을 치료하고자 사용된 항생제 치료 후에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특정 항생제로 치료해야 한다. 초기 치료가 잘 돼도 환자의 35% 이상에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고, 항생제를 지속 사용하면 환자에게 고위험도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어 치료 약물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환자들이 반복적인 재발을 할 경우 다양한 동반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거대결장, 장 천공, 쇼크 등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안게 된다.
이 때문에 항생제 치료로 수가 감소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춰 증가해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을 줄이자는 치료 아이디어가 나왔다.
일반인으로부터 얻은 대변을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별도의 특수처리를 통해 필요한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뒤, 위나 대장내시경 및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속에 뿌리는 방법이다.
박수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 결과 90% 이상의 환자에서 치료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 의학계에 보고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미생물을 얻는 것이 치료의 관건인 만큼 좋은 대변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치료의 첫 시작"이라며 "대변제공자에 대한 과거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가족력, 장내 병원균 및 기생충 감염여부 등을 세심히 살펴 환자에게 새로운 병을 전파하는 것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간염환자와 헬리코박터 보균자, 여러 감염성질환자, 비만이거나 당뇨병 환자 등도 처음부터 제외대상이다.
박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처럼 '대변은행' 운영을 추진 중이다.
그는 "항생제 치료 후에도 계속 설사, 점액질 변이나 혈변을 보거나 발열을 동반하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을 의심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며 "앞으로 치료 연구가 축적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대변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신의료기술로서, 환자 본인부담금이 높아 치료접근도가 어렵다. 세브란스병원은 축적되는 대변이식술의 임상성과를 모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자료수집에도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