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전공의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A대학병원 전공의(정형외과)가 버티다 못해 전공의의 꿈을 접고 퇴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2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자 제정된 전공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방의 일선 대학병원까지 변화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해당 전공의 K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을 정도로 심신이 쇠약해져 전공의 수련을 포기,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에 민원을 제기, 검찰 고소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K씨가 가해자라고 지목한 전공의 B씨, 펠로우, 동기 전공의는 모두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 검토 중으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K씨가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사건은 2016년 3월, 전공의 K씨가 A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로 입국하면서 시작됐다.
K씨는 지난해 입국비 200만원과 함께 식사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냈다. 입국비는 수년 전 잘못된 의국 문화 중 하나로 자취를 감췄지만 A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선 여전히 존재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시달림은 지난해 11월 당시 정형외과 치프였던 전공의 3년차 B씨와 함께 근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B씨는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수시로 돈을 갈취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제보자는 "B씨는 자신이 화가 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을 경우 돈을 갈취할 것이라며 현금을 뽑아서 지니고 다닐 것을 요구했다. 현금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는 현금인출기까지 다녀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액수는 1회에 적게는 1만원에서 최대 7만원 수준으로, 합치면 총 50만원에 달했다.
또한 제보자는 선배 전공의 B씨 이외에 펠로우와 동기 전공의에게도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K씨에 따르면 회진이 끝나면 회의실로 가서 1~2시간 가량 기합(팔굽혀펴기, 엎드려뻗쳐, 머리박기 등)을 받으며 폭언을 들었으며, 지난해 12월말 경에는 30차례 구타를 당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폭행 상황을 녹취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중환자실 앞에서 폭행을 가하던 중 이를 본 보호자가 말렸지만 거듭 폭언과 함께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수술복은 찢어지고 다리와 온몸에 멍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슴통증과 압박감을 느꼈지만 보복이 두려워 J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공의 특별법에서 정한 당직 규정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법이 시행된 올해 1월까지도 3개월간 오프(휴일)없이 근무했다.
기본적인 생존권인 수면과 식사도 허락되지 않았다. K씨는 오후 7시 교수 회진이 마무리되면 치프와 의견을 나눈 이후 밤 11시~12시 2차 회진을 시작해 새벽 1시경 회진을 마쳤다. 회진 기록을 정리하고 나면 새벽 3시경으로 실질적인 수면시간은 1~2시간 남짓에 그쳤다.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수술장에서 졸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폭행과 폭언을 감수해야했다.
식사도 할 시간이 부족했고 간혹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폭언에 시달렸다.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한 채 새벽이 되서야 도시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했다.
결국 전공의 K씨는 올해 3월경 수련을 포기하고 퇴사하고, 이같은 사실을 병협 수련환경평가본부에 민원을 접수했다.
K씨는 "A대학병원에는 지난 2015년 레지던트 3년차의 폭행으로 보직해임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이후로도 전공의 폭행, 폭언이 반복되고 있어 민원을 냈다"면서 "과거의 피해자가 가해자로 양성되는 조직 문화를 바꾸고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전혀 몰랐다. 지난 5일 병협 수련환경평가본부 측에서 진상조사를 나오면서 K씨의 폭행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놀랐다"면서 "병원 차원에서도 자체조사를 실시했지만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전공의 K씨가 퇴사 당시에도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둔다고 밝혀 폭행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병원 측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전공의 2명과 펠로우에 대해서도 면담을 실시했지만 가해 사실이 없으며 명예훼손으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양측의 주장이 달라 병원 측에서도 난감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