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에서) 1년 이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은 티카그렐러60mg 용량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질환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약효의 차이가 극명하지 않은 심혈관질환에서는 '대규모의 임상연구(메가트라이얼)'가 아니면 정확하게 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이러한 의미에서 대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평가한 티카그렐러의 최신 PEGASUS-TIMI 54 임상이 정답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심근경색 발생 1년 이후' 환자에서 혈전성 심혈관 사건 감소에 대한 현 표준 치료전략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2만1000여 명이 등록된 티카그렐러60mg의 대규모 PEGASUS-TIMI 54 결과는 공개와 동시에 학계 주목을 받았다.
올해 대한심혈관중재학회(KSIC) 제36차 하계대회에서도 심혈관 중재 분야의 최신 이슈들 중 하나로 P2Y12 억제제 계열 항혈소판제제인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 항혈소판요법의 최신 근거들이 논의됐다. 이날 세션의 좌장으로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이철환 교수(심장내과)는 PEGASUS-TIMI 54 임상근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철환 교수는 "앞서 대규모 PLATO 임상에선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병용전략에서 클로피도그렐 대비 티카그렐러90mg을 1년간 사용하는 것에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허혈성 사건 발생에 혜택이 더 많다는 결론을 검증했다"면서 "1년 이후에 대한 치료전략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결과를 PEGASUS 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GASUS-TIMI 54 임상과 관련, 심근경색 병력을 가진 이들 환자에서 1년 뒤 연장요법으로서 티카그렐러60mg 용량에 대한 근거를 주목하는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다.
현재 국내에서 1년 이후 심근경색 환자에 표준요법으로 급여를 적용받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병용요법'은, 혈전성 심혈관 사건 감소와 관련 명확한 근거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발표된 CHARISMA 임상연구의 사후연구(post hoc) 결과,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요법에 비해 아스피린에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하는 DAPT 사용시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등의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하지만 주목할 점은 해당 결과가 하위분석 연구의 사후연구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가설에 그치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한을 뒀다.
불안정성 협심증, ST 분절 비상승 심근경색(NSTEMI), ST 분절 상승 심근경색(STEMI) 등이 포함되는 ACS의 특성상 질환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항혈소판제에 유효성 차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대규모 임상이 아니면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 교수는 "PEGASUS 연구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설계됐으며, 통상 급성심근경색증을 경험한 환자들에서 발병후 1년이 지나더라도 심혈관사망, 뇌졸중, 심근경색의 재발률은 매년 3%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이들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과 항혈소판제를 강력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제시되는데, PEGASUS 임상 역시 여기에서 출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PEGASUS TIMI-54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급성심근경색증 발병후 티카그렐러90mg+아스피린 병용요법을 1년간 잘 유지해온 환자 (심근경색 병력)에서 티카그렐러60mg+아스피린 병용요법으로 최대 3년 간 이어 갈 경우 허혈성 출열 위험 등을 고려한 임상적 유용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혈전성 심혈관 사건 감소에 대한 근거와 관련해 '당뇨병, 만성신장질환, 다혈관질환, 2번 이상의 MI 병력' 등을 가진 혈전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하다는데 방점을 찍은 결과였다.
작년 8월엔 해당 연구를 근거로 티카그렐러60mg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라벨 추가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심근경색 병력(최소 1년 이상 이전에 발생)이 있는 환자에서 티카그렐러60mg 제형을 아스피린과 병용해서 사용할 경우, 혈전성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에 대한 효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철환 교수는 "결과를 살펴보면, 급성심근경색증후 1년간 이중항혈소판제 치료를 마치고 아스피린단독으로 복용하다가 30일 이내 티카그렐러60mg 투약을 재개한 환자에서는 심혈관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이 25%가 줄었다"면서 "결국 티카그렐러의 중단없이 지속적인 연장요법에 혜택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조언했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아스피린과 브릴린타를 새로 시작한 환자에선 호흡부전(10일 이내)이나 출혈 문제(첫 3개월)를 종종 경험하지만, 해당 시기를 넘기면 투약기간동안 거의 문제가 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PEGASUS의 하위연구 결과에서도, 연구 참여 전 P2Y12 억제제 복용을 중단한지 30일 이내의 환자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보다 높았으며 출혈과 호흡부전이 발생한 환자들 대부분이 연구 참여 1년 내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대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연구 참여 전 95%환자가 클로피도그렐을, 4%가 프라수그렐 복용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브릴린타를 복용한 환자는 1% 미만인 점을 고려했을 때, 브릴린타 90mg+아스피린 병용요법을 1년 동안 잘 유지해온 환자의 경우라면 허혈성 출혈 위험을 고려해서 브릴린타60mg+아스피린 병용 연장요법에 높은 임상적 유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약중단 첫 3개월, 허혈성 사건 '리바운드현상' 2배 증가
이 교수는 "1년까지 티카그렐러90mg 용량을 유지하다가 이후에는 아스피린+티카그렐러60mg으로 연장하는 것이 허혈성 출혈 및 합병증 발생에서 전체적인 혜택(net benefit)이 좋다고 볼수 있다"면서 "주목할 것은 DAPT 전략에서 P2Y12 억제제가 핵심약제이기 때문에, 1년간 지속하다가 이를 중단할 경우 첫 3개월간 심근경색, 뇌졸중 등 허혈성 사건이 두 배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이를 '리바운드 현상(rebound phenomenon)'이라고 설명했는데, 약제를 갑자기 중단하면 약물로 조절되던 질환이 반동적으로 약을 사용하기 전보다 악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PEGASUS-TIMI 54 연구는 물론, 2014년 발표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군을 따져본 대규모의 DAPT 연구에서도 관찰됐다.
한편, 티카그렐러가 가진 약물의 작용기전상 차별점도 언급됐다.
이철환 교수는 "대규모 임상근거를 비롯한 가이드라인에서 인정한 항혈소판제는, 아스피린과 P2Y12 수용체 억제제 두 가지가 대표적"이라면서 "여기서 P2Y12 수용체 억제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같은 P2Y12 수용체를 타깃하지만 티카그렐러는 티에노피리딘 계열 약물과는 달리 화학적 특성이 전혀 다른 새로운 계열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티카그렐러의 경우 P2Y12 수용체의 옆구리 부위(allosteric site)에 가역적으로 결합하면서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신호전달을 완벽하게 차단하면서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
이 교수는 "매일 골수에서 약 10% 씩 혈소판이 만들어져 나오는데, P2Y12 수용체의 신호전달 경로를 클로피도그렐은 약 50%, 프라수그렐은 75%, 티카그렐러는 95% 수준을 차단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티카그렐러는 티에노피리딘 계열 약물인 클로피도그렐과 프라수그렐과 달리, 아침 저녁으로 투약할 경우 24시간 일정하게 억제효과를 나타내는 한편, 혈소판 억제 효과 외에도 혈중 아데노신을 높이는 효과를 보여 초기는 물론 장기 사용 시에도 좋을 결과를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