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의료정책 전문가가 말하는 '문 케어' 재정 걱정 없는 이유

발행날짜: 2017-08-14 04:54:59

서울의대 김윤 교수 "의료계 우려, 명확한 수치 없는 기우일 뿐" 일침

앞으로 5년간 3800개의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 고액 의료비로 가계파단을 막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두고 찬반이 뜨겁다.

이를 찬성하는 측은 국민건강권 확보를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선 의료쇼핑 확산과 건보료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과거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지낸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를 직접 만나 현실적으로 전면 급여화 정책에 따른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봤다.

김윤 교수
김윤 교수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명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주장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라면서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수년 째 추진 중인 보장성 강화대책을 뒤집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적정수가를 받고 보장성강화를 하자는 것이고, 현 정부에서 그것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상황과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기반으로 따져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건강보험료 폭탄 우려에도 문 대통령이 발표한 건보료 인상률 3%선을 유지하면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의료계가 저수가 상태에서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그는 주저없이 "기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보험수가가 원가 대비 60~70%에 그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최근 원가 대비 90%까지 상승했으며 나머지 10% 안팎의 원가 보전은 이번 정책을 통해 1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리한 재정확보를 위해 급여로 전환된 질환에 대해 삭감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과거 건별심사에서 기관별 심사로 전환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의 진료 자율권과 처방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김윤 교수
Q: 의료계 내에서도 급여화는 찬성하지만 재정에 대한 우려가 높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A: 가능하다. 일각의 우려는 정확한 수치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일단 문 대통령이 발표했듯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풀겠다고 했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법정비율이 17%라고 하면 매년 1조원씩, 5년간 5조원이 확보된다.

Q: 정부가 이번 정책에 소요되는 총 예산 30조 6천억원 중 절반에 그치는 수치다.

A: 그렇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포함해야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발표에서 '앞으로 10년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지난 10년간 보험료 인상률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보험료 인상률은 3.2%다. 즉,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3%선에 맞추겠다는 얘기다.

일단 건강보험료 인상률 3.2%로 계산해보자. 여기에 가계소득증가분와 보험료 부과기간을 감안하지 않으면 약 18조 4천억원이 확보된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32조원으로 정부가 밝힌 30조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가계소득증가분와 보험료 부과기간을 고려해 실제 보험료 수입 증가률 9.6%로 계산하면 5년간 58조 6천억원에 달한다. 물론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정책을 추진하는데 재정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본다.


Q: 복지부는 건보 적립금과 국고보조금 이외 재정절감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절감 대책으로 불필요한 장기입원, 진료비 심사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허위, 부당청구 차단 등을 꼽으면서 삭감률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 글쎄, 그 또한 기우일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 정책 도입을 계기로 현행 건별심사에서 기관별심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는 각 건별로 삭감했지만 앞으로는 기관별 총량을 심사한다. 즉, 그만큼 기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예외상황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과거 건별심사 대비 분명 의사의 자율성과 처방권이 높아질 것이다.

Q: 의료계 내부에선 급여화는 좋지만, 그전에 100% 수가보전부터 선행하는데 우선이라고 한다. 현재 수가는 원가 대비 70%선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있지 않나.

A: 원가대비 70%수가보전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12년도 발표한 보건사회연구원 상대가치연구 보고서를 통해 87%까지 원가 보전이 됐고 최근 2차 상대가치조정하면서 90%까지 보전됐다.

Q: 좋다. 원가 보전이 90%까지 됐다고 하더라도 아직 원가 보전이 100%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10%만큼 손실이 있는게 사실아닌가.

A: 그렇다. 그동안 병원이 망하지 않았던 것은 급여에서 손실나는 부분을 비급여로 채웠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비급여를 통해 채워왔던 만큼을 급여로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자, 여기서 의료계가 할일은 '그럼 비급여를 어떻게 급여로 보전해줄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인다. 무조건 안된다는 식은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Q: 로봇수술 등 급여화 이전에 우선순위부터 논의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A: 글쎄 앞서 이명박, 노무현 정부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왔다. 하지만 어떻게 됐나. 또 다른 비급여가 생기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차단하고자 현재 의학적 비급여를 모두 급여로 전환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던 비급여가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가령, 미용성형 등 정부가 정한 비급여 이외의 비급여 행위는 네거티브 리스트 즉, 불법적 행위로 구분되지 않겠나.


Q: 비급여의 급여화 전환으로 신의료기술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급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의료기술을 철저하게 통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A: 신의료기술은 검증을 거치는 게 맞다. 그래야 제2의 카바수술 논란이 없다. 앞으로의 신의료기술은 임상시험 및 허가절차를 거쳐 의학적으로 검증되면 급여로 인정해준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가령, 희귀질환처럼 의료량 자체가 적은 것은 별도로 승인해주고 대신 특정한 병원 및 특정 의사만 사용하도록 해야한다.

Q: 그렇다면 한번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항암제도 급여해주는 게 맞다고 보나. 이 경우 재정적으로 가능할까.

A: 개인적으로 대체제가 없다면 급여화해줘야 한다고 본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급여화한다고 본인부담금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량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예비급여는 본인부담금이 높기 때문에 무제한 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고가항암제가 급여화된다면 재평가를 통해 환자 등록시스템을 만들고 임상데이터를 구축해 연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처방한 의료기관과 의사를 정하고 그 의료진만 처방하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Q: 의료비 부담 감소로 인한 대형병원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암 환자 본인부담 감소 등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나.

A: 글쎄, 암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보장성 강화에 따른 효과라고만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현재 비급여 수치로 볼 때 의료비가 낮아지는 효과는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더 클 것이다. 즉, 환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비 감소가 더 피부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보장성강화 정책은 환자흐름 모니터링, 1차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을 병행해야한다.

Q: 신포괄수가제에 병원이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나.

A: 지금도 줄 서 있는 것으로 안다. 신포괄수가하면서 의료기관의 불만을 잘 해결해준다면 정부가 제시한 5년간 200곳까지 확대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조정계수와 가산을 통해 공평하게 보상하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심평원에서 가산체계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즉, 행위별 수가에 따른 진료비가 아니라 병원별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보상을 늘려주는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