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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도 분쟁 대상…손해 발생 증명 관건

박양명
발행날짜: 2017-08-30 12:00:50

수원지법 "사인 잘못 기재한 것으로 발생한 손해 증명해야"

'사망진단서'도 의료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의료진이 사망진단서를 잘못 썼을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증명을 해야만한다.

이는 사망진단서 수정 문제가 단순히 윤리적 책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수원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정권)는 최근 슬관절 치환술 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이 관절 수술을 한 W병원과 환자가 전원됐던 병원 소유 학교법인 C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 K씨는 양쪽 무릎 통증으로 경기도 W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은 양쪽 슬관절 퇴행성 관절질환 진단을 내리고 왼쪽 슬관절 전치환술을 먼저 하기로 했다.

수술 전 심전도 및 심초음파 검사 결과 동성빈맥, 약간의 대동맥판 역류, 승모판 역류, 비정상적 이완 소견이 있었다.

이에 의료진은 마취과와 내과에 협진을 요청했고 각 과는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한 후 수술해도 괜찮다는 답을 내렸다.

하지만 환자는 수술 직후 오심을 호소했고 수술 사흘 후에는 가슴 답답함, 흉통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앰부배깅과 흉부압박,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C학원 산하 A대학병원으로 전원했지만 환자는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W병원과 상급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의료과실과 함께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A대학병원 의료진이 쓴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폐부종이라고 돼 있다"며 "폐부종은 질환이 아니라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원인 질환은 심질환"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망진단서를 잘못 작성했다는 것이 과실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과실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폐부종은 폐정맥 및 모세혈관에서 폐의 간질조직과 폐포로 체액이 빠져나가면서 폐포와 기도를 침범해 가스교환을 아고하시켜 저산소증으로 호흡곤란을 야기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질환이 아닌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인을 폐부종으로 기재한 것이 과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과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이 잘못 기재됐다는 점만으로 유족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