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응급실. 지난 1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응급실 전담교수는 응급실 곳곳에서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를 실시하고 있었다.
환자대기실과 이동 통로에 간이침대 위에 누워있던 환자가 사라졌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가 극심한 월요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큰 변화다.
과거 응급실 내 비어있는 베드를 찾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여유 병상이 보였다. 응급실 주출입구와 응급실 내부는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쾌적함이었다.
서울대병원 신상도 과장(응급의학과)는 "응급실 진료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환자 과밀화를 크게 개선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15분 진료'를 도입한 데 이어 응급실에서는 '응급실 전담 교수 시스템' 실험에 나섰다.
응급실 과밀화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쉽지 않은 시도. 그만큼 파격적인 실험인 셈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내 협진 교수로 내과 2명, 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신경과 1명 이외 응급환자 초진을 맡아줄 응급의학과 교수 1명을 충원했다.
이들은 주간에 응급실에 상주하며 응급실 내 각 전문과목 환자의 협진만 전담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일단 권역응급센터 소속 진료교수 신분으로 시작, 1년 후 평가를 통해 조직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신상도 교수는 "지금까지 협진을 하려면 전공의-펠로우-교수 절차를 거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전담 교수가 즉각 협진에 참여한다"면서 "실험적으로 시작했지만 사회적 요구가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고 전공의 특별법 등 환경적 변화로 더 이상 전공의에게 의존해 응급실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응급의료 분야는 공공의료라는 점에서 파격적이지만 새로운 진료시스템을 시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도는 권역응급센터 평가에서 늘 지적을 받는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을 모색하던 중 서울대병원이 내놓은 결론.
응급실 과밀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하드웨어적으로는 적정한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응급환자의 의학적 판단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문의를 투입, 의학적 판단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다.
신상도 과장은 "응급환자 과밀화 해소는 환자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응급실 시설 투자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결국 의사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인건비 등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이 시도하기 쉽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진료 모델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 과장은 또한 2차적인 효과로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실제로 초진부터 전공의 대신 전문의가 투입되면 MRI 등 불필요한 검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대기시간 단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대기환자의 사회적 비용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