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대응을 위한 범 의료계 비상대책기구의 주도권을 놓고 암투가 지속되면서 세력이 나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임시총회를 통한 비대위만이 정통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집행부 또한 이미 구성한 특위를 흡수시킬 의지가 없는 이유다.
이로 인해 민초의사들은 내년에 있는 의협선거를 겨냥한 정치싸움으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11일 "대의원총회는 의협의 최상위 의결기구"라며 "이곳에서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임총에서 비대위가 결성된다면 그 비대위만이 유일한 통로가 돼야 한다"며 "집행부가 만든 특위도 흡수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의원회는 지속적으로 특위의 흡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임총에서 구성된 비대위가 대표성이 있는 만큼 이곳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
집행부가 구성한 특위는 그 전까지 실무를 담당할 뿐 임총으로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연히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다른 꿈을 꾸는 모습이다. 힘들게 각 직역과 지역 대표들을 모은 이상 임총을 통해 비대위가 구성된다 해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
이로 인해 대의원회의 지적에 따라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를 비상대책특별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이래 또 다시 보장성 강화 특별위원회 등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임총에서 비대위가 구성된다 해도 비상특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의협 관계자는 "특위에 이미 각 지역 대표들은 물론, 병원협회, 의학회, 여자의사회, 전공의협의회, 공보의협의회 등 각 직역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협의 기구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수가 원가를 조사중인 의료정책연구소까지 비대위에 포함시키며 사실상 완전한 협의체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또한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을 비상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되 임총 결과에 맞춰 다시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놓았다.
사실상 임총 결과에 관계없이 비상특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의협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는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중장기 사업"이라며 "단순히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투쟁을 위한 비대위 외에도 이러한 협의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임총 이후에도 비대위가 투트랙으로 나눠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또 다시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년도 의협 회장 선거를 두고 출마를 생각하는 주자들이 이합집산하며 주도권 확보를 통한 주목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랴는 눈총이다.
의협 임원을 지낸 A원장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미 의협회장 예비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지 않느냐"며 "모두가 합심해서 정면돌파를 한다 해도 방법이 있을까 말까 한데 서로 자기를 부각시키려 쇼맨십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흘러가면 결국 과거와 같이 각개격파를 당하며 지리멸렬하게 쓰러질 것"이라며 "민초의사들이 아무리 투쟁 동력을 높여놔도 위에서는 쇼만 하고 있으니 제대로 굴러갈 턱이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