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과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초점을 모았던 임시대의원총회가 결국 갈등과 분열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불신임안으로 촉발된 갈등은 표결 이후에도 끝없는 분열을 예고했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대의원간 의견차를 보이며 결국 대부분 사안이 위임됐다는 점에서 향후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최근 의협회관 3층 회의실에서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의료 현안에 대한 대응책 등의 안건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가장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232명 중 18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6표, 반대 74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현재 의협 정관상 불신임은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안건에 대한 정족수는 맞췄지만 불신임 요건에는 15표가 모자랐다.
추무진 회장은 간신히 탄핵은 모면했지만 향후 회무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불신임 요건에는 부족했지만 표결에서 불신임에 대한 찬성표가 반대표를 압도했다는 점에서 대표성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대의원 대부분이 추 회장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회무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의협 대의원회 A대의원은 "살아남았다 해도 사실상 이제 식물 회장이 됐다고 봐야 한다"며 "비판 세력이 있다는 것을 그저 아는 것과 명확하게 숫자로 보여진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대의원 절반이 불신임의 뜻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회로 얘기하면 여소야대가 벌어진 것"이라며 "추 회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한 대안이 없거나 복잡한 상황들이 부담돼 반대 표를 던진 대의원도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권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로 인해 추 회장의 행보에 상당한 감시와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속적 갈등과 반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표결 이후 대의원들간에는 고성이 오가며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대표를 포함한 전의총 회원들은 과격 행동을 보이며 대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추 회장의 행보와 불신임안 부결에 상당한 반감을 보이며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신구갈등의 싹도 피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추무진 회장이 재선에 성공할때 그 동력이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한 젊은 의사들의 지지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이날 표결이 끝난 후 젊은 의사를 대표하는 B대의원은 "이미 13만 회원들은 추 회장을 믿지 않고 있다. 신임과 불신임을 넘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회원들이 지지하지 않는 회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젊은 의사 지분으로 나선 C대의원도 "우리나라 의료계의 최대 비극은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며 "후배들을 위한 마음으로 의료계가 더욱 추해지는 꼴을 보기 전에 추 회장이 스스로 내려와 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갈등에 더해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를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골격을 갖추지 못한 채 결국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대의원들 간에도 상당한 의견차가 있었지만 결국 시간 관계상 기본 골격도 짜지 못한 상태로 위임됐다는 점에서 각계 각층의 의견 차이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갈등이 확인됐다.
이미 신뢰를 잃은 집행부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재야 인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물론 젊은 의사들을 많이 넣어달라는 요구까지 대의원들간에 의견차는 상당했다.
또한 비대위 인원과 구성에 대한 의견 외에도 비대위원장을 회원들의 직접 선거로 뽑아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의견 충돌 끝에 시간에 쫓겨 각 직역과 지역대표들, 재야인사, 집행부 모두를 포함시켜 비대위를 만든다는 대전제만 확인한 채 대부분 사안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비대위 구성을 논의하며 이러한 의견 차이를 다시 좁혀야 하는 과정이 남은 셈이다.
아울러 집행부가 향후 구성되는 비대위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도 아직 미지수다.
실제로 이날 총회에서 추 회장의 불신임에 대한 표결이 끝나자 마자 집행부 대부분이 총회 장을 비워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심지어 집행부가 상정을 요구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가 저지를 위한 비대위 구성에 대한 취지조차 발표할 집행부 인사가 없어 아예 통째로 시간을 건너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행부가 명칭 변경을 선언하며 끝까지 이어가고자 했던 비상대책특별위원회조차 대의원 표결로 비대위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결론내면서 이에 대한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직역 단체를 대표해 나선 D대의원은 "상황이 이렇게 될 것 같아 계속해서 발언 기회를 가지며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노력했는데 결국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총회가 흘러갔다"며 "불신임안으로 만신창이가 된 추 회장과 김이 빠져 얼기설기 구성된 비대위가 현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젊은 후배들이 강력한 명분과 의지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선배 의사들을 채찍질 하는 것을 본 것이 다행스러운 희망인 듯 하다"며 "총회 결과와 분위기가 복지부와 정부에도 전해질텐데 나도 리딩 그룹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