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여건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하더라도 옆에 어떤 사람이 있었느냐,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냈느냐, 누가 도와주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 한 기업의 인생, 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즉 자신의 노력만으로 절대로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니 작은 일도 하기 어렵다. 세상은 절대로 혼자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똑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거나, 희생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부터 유의깊게 역사소설이나 성공스토리를 들여다 봐라. 반드시 귀인이 있거나, 악연이 있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모든 운명이 바뀐다. 물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어떤 병원이 좋지 않은 일로 신문이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때 대부분은 조직 내부에서의 악연 때문에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제보를 하거나 고발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내부사정을 모르는데, 혹은 자신과 관계도 없는데 어떤 일에 관여를 할 수는 없다.
결국 회사를 살리는 것도 직원이고, 죽이는 것도 직원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조직관리 중에서 사람관리가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미국 내브라스카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이 경제전문지 포춘이 주최한 '여성과 일'이라는 주제의 경연회에서 워렌 버핏에게 물었다.
"지금 위치에서 과거에 배운 교훈들을 돌아볼 때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겠습니까?"
버핏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이란 원하는 것을 많이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나이가 되면 당신이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주면, 그게 성공입니다. 당신은 세상의 모든 부를 다 얻을 수도 있고 당신 이름을 딴 빌딩을 가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사람들이 당신을 생각해주지 않으면 그건 성공이 아닙니다."
버핏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을 덧붙였다.
"오마하에 벨라 아이젠버그란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죠.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어느 날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워렌, 나는 친구를 사귀는 게 매우 더뎌요. 왜냐하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질문을 하거든요. 저 사람은 나를 숨겨줄까, 하고 말이예요. 당신이 70세나 75세가 됐을 때 주위에 당신을 숨겨줄만한 사람들이 많다면 당신은 성공한 거예요. 반대로 아무도 당신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돈이 얼마나 많든 당신은 성공하지 못한 거예요.'라고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은 성공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돌보는 것에 소홀한다.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집에 늦게 들어가고,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학회를 가거나 출장을 간다. 항상 바쁘고 항상 피곤해서 집에 들어오면 잠자는 모습만 가족에게 보여주기 쉽다.
힘들게 노력해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해서 성공했다고 치자. 힘겹게 성공하고 보니 가족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같이 밥 한 끼 먹을 친구도 한 명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공지향적인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자제한다. 그래서 인심을 잃고 주위 사람을 잃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과 인간적인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말에도 온도가 있다고 한다. 내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에 소중한 사람이 떠나거나 마음의 문을 닫는다면 나의 말 온도가 너무 차가운 것이다. 나의 말 온도를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한다. 행동의 온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와 직장 상사와 후배, 그리고 가족에게는 말의 온도와 행동의 온도가 따뜻해야 한다.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숨겨줄 친구, 몇 명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는 매우 외롭다. 하루 종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내가 아프던지, 집안에 큰 일이 있던지, 진료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스트레스를 주는 환자가 한바탕 폭풍우를 일으키고 지나간 다음 나에게 달달한 커피를 한 잔 타 줄 직원 한 명 정도는 곁에 있어야 한다.
나의 행동을 이해하고, 묵묵히 위로해 줄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내가 잘못 가고 있을 때 나에게 충고를 해 줄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내가 너무 슬픈 날, 나와 술 한 잔 해 줄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만약 무언가 성공하고자 한다면 나를 믿고 밀어줄 귀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귀인이 짠~ 하고 나타나기도 하지만 서로 노력해서 서로를 귀인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얼굴을 보고 있어야 하는 직원이라면, 그 직원을 귀인으로 만들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떨까?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서로를 위해 노력해주면 귀인이 되고, 친구가 되지 않을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