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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 환경 바뀌었다면 교육 환경 바꿀 차례"

박양명
발행날짜: 2017-10-04 05:00:59

전공의협의회 이상형 팀장 "교수·학회, 전공의 교육에 관심 부족"

벌칙까지 적용되는 전공의법의 본격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이 더 나아졌는지 보다 더 감시의 눈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련환경계획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전공의 스스로 수련환경 계획을 수립하고 제안하겠다는 의지다. 팀장은 2년 연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상형 전 부회장(서울아산병원 피부과 4년차)이 맡았다.

대전협 수련환경계획팀 이상형 팀장
레지던트 2년차 때 대전협 집행부에 합류한 이상형 팀장은 전공의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법 제정 후 2년이 지났지만 이미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고시는 2014년에 나왔다"며 "4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던 만큼 병원들에게는 환경을 바꿀 시간이 충분했다고 본다. 실제로 그만큼 근무환경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은 사실. '주 80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전공의법은 만들어졌지만 세부 조항 곳곳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연속 수련시간 기준도 그렇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연속 수련을 수련 중 휴게시간을 포함해 최소 16시간 이상 수련한 경우로 규정하는 내용의 전공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팀장은 "휴게시간은 식사시간 등 업무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을 말하고, 휴식 시간은 퇴근 후 쉬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설명하며 "병원 입장에서는 이 조항을 악용하면 시간 쪼개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즉, 연속 수련이 16시간이라도 하더라도 15시간 일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준 다음 다시 15시간 연속 수련 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갤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연속 수련을 하면 법에 따라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시간 쪼개기 편법을 쓰면 휴게시간 자체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다.

이 팀장은 "정부 입법예고 안에는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돼 있다"며 "시간 쪼개기 같은 편법을 쓸 수 없도록 단서조항을 달든지, 강제조항으로 바꾸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사이에서는 전공의법이 '88시간법'으로 통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상형 팀장은 "현재 전공의법에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80시간을 제한하면서 교육목적이라면 8시간 연장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과연 교육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그 정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수련환경평가가 내년에 개편되는데 현장에 빨리 적용할 수 있도록 빨리 마무리 지어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재정 지원도 수련환경계획팀이 주장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이 팀장은 "가장 좋은 재정지원책은 지도교수 인건비 지급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국은 교수들에게 5일 중 하루는 병원 일을 하면 안 되고 전공의 교육 관련 업무만 하도록 하고 줄어드는 진료수입은 국가에서 보상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 월급을 국가 재원으로 주는 게 옳은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수련환경평가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다"며 "질 평가항목을 보다 실효성 있게 개선해서 현재 3개로 나누는 등급을 더 세분화해 인센티브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전공의법과 함께 맞물려 등장하고 있는 PA 문제도, 새로운 분야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간호사와 의사의 업무 분담을 충분히 할 수 있다. PA라는 새로운 분야를 굳이 제도화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의사가 꼭 해야 할 일을 간호사가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관리 감독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선 그레이존이 아닌 부분은 확실히 정리를 하고 나서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검사 및 수술 일정 조정같이 간호사가 담당했을 때 누구도 이견이 없는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하고 불법이 이뤄지는 병원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상형 팀장은 특히 근무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제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무환경은 법 때문에 바뀌기라도 하지만 교육조건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그는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근무환경은 지키면 될 문제다. 이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 인턴제도 폐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도 인턴이 하는 일은 똑같다"며 "인턴은 의사의 제너럴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 교육시스템에서 인턴은 만성질환관리 등을 배울 기회가 없다"고 꼬집었다.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교육을 담당해야 할 교수와 학회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팀장의 생각.

그는 "전공의법에 교육 관련 내용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아서 교육 관련 논의가 더딘 것도 있지만 교수가 교육에는 관심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교수의 역할은 진료, 연구, 교육인데 진료와 연구 부분에서는 인센티브가 있는데 교육에는 인센티브도 없어 관심이 적다"고 했다.

또 "학회에서는 전공의 수련 관련한 직책이 고시이사와 수련이사로 나뉘는데 정원 책정과 전문의 시험에만 모든 게 집중돼 있고 수련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고 비판하며 "정원책정에 수련환경평가위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고 고시뿐만 아니라 수련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최근 킥오프 한 '전공의종합계획' 연구(연구책임 김재중)에 담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법에 전공의 종합 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그 일환으로 최근 정부 발주의 종합 계획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에 교육 분야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상형 팀장은 보다 다양한 진료과의 전공의들이 그들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각 수련병원별로 전공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도 중요하지만 26개 진료과를 대표할 수 있는 전공의도 중요하다"며 "학회에는 수련이사가 있고 그 밑에 수련위원회가 있다. 수련의 주체는 교수와 전공의이지만 전공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련위원회에 전공의 대표가 들어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학회에서는 전공의에게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무환경이 바뀐 만큼 젊은 의사들은 사회생활, 문화생활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사회적 역량을 증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