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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신약 절반만 혜택 확인, 나머지는 글쎄"

원종혁
발행날짜: 2017-10-11 05:00:38

작년 코호트 이어 올해 같은 입장 "신규 항암제 비용효과성 낮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신규 항암제의 비용효과성 평가 결과는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시장에 진입한 항암제의 절반 가량에서만이 암환자 '생존기간 연장'이나 '삶의 질 개선' 혜택이 확인됐을 뿐, 나머지 절반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국제 의료학술지인 BMJ에 게재된 해당 최신 분석결과는(10월 3일자), 작년말 발표된 항암제 비용효과성 코호트 연구와도 같은 출발점에 있었다.

새롭게 승인된 항암 신약들이 임상적 혜택을 놓고, 기존 치료 옵션에 비해 무조건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일관된 입장을 취한 것이다(BMJ 2017;359:j4530 doi: 10.1136/bmj.j4530).

특히 신속승인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항암제들이 실상 기대에 못미치는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허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대리 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s)'의 사용에 경고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결과(후향적 코호트 분석연구)는 작년말 발표된 JAMA 분석연구가 2003년부터 2013년까지의 10년간 승인된 신약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 범위를 좁혀, 2009년부터 2013년까지로 좀더 최신약의 비용효과성에 초점을 맞췄다는게 차이점이다.

동기간 총 48개 항암제가 68개 적응증에 시판허가를 승인을 받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질환 개선이나 생명 연장에 그다지 효과적이 않았다는 보고였다.

유럽보건당국(EMA)에 시판허가를 받은 48개 항암제를 비교분석한 결과, 시장에 진입한 항암제의 24개 적응증(35%)에서 의미있는 생존기간 연장을 보였는데 1.0개월부터 5.8개월까지 '평균 2.7개월(중간값)'의 전체생존기간(OS) 개선 혜택을 보이는데 머물렀다.

더욱이 시판후 조사결과를 종합했을 때엔 그 혜택마저 눈에 띄게 적었다. 생존기간이 연장된 명확한 근거는 7%가, 삶의 질 혜택은 11%에서 확인되는데 그쳤다.

시장 진입 후 평균 5년(최소 3.3년~최대 8.1년까지)간의 추적관찰 결과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5년간의 시판후기간 절반을 갓 넘긴 51%에서 전체 생존기간이나 삶의 질에 유의미한 혜택이 발견됐다. 바꿔 말하면 49%에서는 여전히 임상적 혜택이나 생명연장 효과에 '오리무중'이라는 꼬릿말이 붙은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및 런던상경대학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 이들 신규 항암제의 비싼 약값에는 의문이 든다"면서 "적응증의 57%는 승인 당시 전체 생존기간이나 삶의 질 개선 지표를 대체해 종양 크기를 줄인다거나 무진행생존기간(PFS)과 같은 대리 평간변수를 통해 발빠른 허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대리 평가변수의 사용은 정도가 아니라 예외적 사항"이라면서 "무작위 임상연구를 통해 최적의 표준치료 옵션을 저울질하는 데엔, 환자 중심 결과에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번 연구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신 면역항암제 2종은 2건의 주요 확증적 임상연구에서 생존율 개선과 관련한 주요 평가변수를 만족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최근 로슈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은 방광암 대상의 생존기간 개선 혜택에 대해서,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두경부암에서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신규 항암제들은 임상적 혜택에 의문이 따르는 상황임에도 비싼 약가를 내걸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에 사회 공적 보험재정이 투입된다는 것은 결국 개별 환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사회적 자원은 낭비되고 의료서비스는 약화시키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항암제는, 치료 혜택이 기대되는 환자에 치료비용이나 독성 문제를 감안하면서도 보다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게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10년간 시판후조사, 62개 항암제 '평균 3.5개월' 생존기간 늘려?

이번 결과는 작년 12월 JAMA에 게재된 항암제 비용효과성 분석 연구와도 다르지 않은 결과지를 보여줬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엘리아스 모시알러스(Elias Mossialos) 박사는 "신규 항암제들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언제나 우월한 임상적인 치료 혜택과 안전성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시알러스 박사는 작년 1월,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국제회의'에 연자 참석을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렵의약품청(EMA)이 승인한 총 62개 항암제를 대상으로 전체생존기간(OS)과 삶의 질(QoL) 지표 등의 비교 결과는 어땠을까.

62개 항암제에 평균 3.5개월의 전체생존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기간을 3개월 이상 늘린 항암제는 23개, 6개는 3개월 미만에 그쳤다.

여기서도 약 30%의 항암제의 경우 기존 치료 옵션 대비 생존 연장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었다.

특히 62개 항암제 중 16개가 기존 치료 옵션에 비해 OS 개선과 관련한 의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외 22개 항암제가 삶의 질 개선 혜택을 보였지만, 24개 항암제는 내약성은 좋았지만 되려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