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에서 약평위를 운영하고 있으나 환자를 위한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만한 일들이 빈번하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최근 논란이 되는 '허가초과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와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29일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학회 차원에서 심평원 약평위에 '알파차단제'를 전립선염과 요로결석 질환에서의 급여 확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심평원은 해당 요청 사항에 대해 '식약처 허가사항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관련 임상문헌에서 알파차단제의 유익한 효과가 출판 편향(Pubilcation Bias)으로 과대평가 측정되었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행 급여기준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심평원은 임상적 유효성도 부족할뿐더러 허가범위 초과 비급여 사용 승인에 관한 절차가 마련돼 있는 점도 비뇨기과학회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심평원의 입장에 대해 비뇨기과학회 측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비뇨기과학회는 심평원이 언급한 '출판 편향'의 근거가 된 논문을 분석했지만, 편향적인 판단과 주장을 한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비뇨기과학회 민승기 보험이사(국립경찰병원)은 "심평원이 회신에서 언급한 '출판편향'에 대한판단 근거가 된 논문을 분석했다"며 "요로결석 같은 경우 반박 근거로 제시한 논문 중 2편은 임상적 효용성을 증명한 연구였고, 다른 1편도 일부 효과가 있었음을 증명한 연구로 과연 편향적인 판단과 주장을 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 보험이사는 "전립선염에서 알파차단제 사용에 대한 심평원 측 반박 근거가 된 논문들도 비슷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이 외에도 심평원 약제 급여기준으로 인해 실제 임상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다른 약물로는 전립선암에 대한 호르몬 박탈치료제 degarelix(상품명 퍼마곤주)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해당 약물의 경우 진행성 전립선암에 대해 1차 요법으로만 인정되고, 항호르몬제 약제나 2군 항암제로 분류된 상태다.
이에 대해 민 보험이사는 "현재 전립선암에 대한 호르몬치료로서 처음 투여되는 경우만 급여가 인정되고 있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다른 약제의 병용 또는 단독 투여 후 약제의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약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흔히 발생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심평원, 급여기준 개선 거부 명분으로 제도 이용"
비뇨기과학회는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는 '허가범위 초과 비급여 사용 승인에 관한 절차'도 효율성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와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도 어려운 데다 비급여로 환자가 전액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민 보험이사는 "이런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심평원에서 학회가 충분한 학문적 근거를 가지고 요청하는 잘못된 급여 기준 개선 및 허가 외 사용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이 같은 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며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알파차단제의 경우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제를 허과초과 승인을 통해 비급여로 환자에게 약값을 받아 진료하라고 심평원으로부터 답변을 들어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향후 새로운 문헌이 추가되면 재차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