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 대우그룹을 일궈낸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지만, 2014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심사직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조영현 대리가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대학교 졸업 후 병동 간호사로 일해 오다 뒤늦은 결심 끝에 2014년부터 심평원 심사 간호사로서 살아온 그.
심평원 사내 자격증에 합격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그는 심평원 심사직 간호사로 지내면 지낼수록 직책이 더 애착이 가고, 노력해 발전해야겠다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한다.
이에 메디칼타임즈와 대한간호협회의 공동 기획 '나는 간호사다' 인터뷰를 통해 심평원 의료급여실 조영현 대리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럼 조영현 대리가 말하는 심평원 심사직 간호사로서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자.
Q. 대부분 '간호사' 하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 실제로 간호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 외에는 심평원이라는 기관 자체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심평원이란 기관은 무엇이고 그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나요?
간단히 심평원을 말하자면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한 후 비용의 일부는 환자에게 수납받고, 나머지 진료내역을 심평원에 청구하는 거죠. 그래서 심평원이 이를 심사하면 의료기관은 나머지 진료비용, 즉 요양급여비용을 받게 되는 거예요. 저는 심사직 간호사로 의료급여 환자 진료내역 심사를 하고 있어요. 심사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한 대부분의 진찰, 검사, 투약, 치료재료 등에 기준에 맞고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업무에요. 심평원에서 일하는 심사직 간호사는 대부분 심사업무를 하고 있는데 뿐만 아니라 조사, 기준, 분류, 교육 및 홍보 업무에도 심사직 간호사들이 배치되는 사례도 많답니다.
Q. 일반적인 간호사와는 다르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정말로 많이 다르죠. 일반적인 간호사는 병원이나 의원에서 임상을 하는 간호사를 뜻하잖아요. 이들 간호사는 직접 환자를 만나 오더를 수행하고 간호를 제공하는 반면, 심평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그 후 진료내역으로 환자를 간접적으로 만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진료가 제공됐는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결국, 간접적으로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껴 심사직 간호사를 지원하게 되신 건가요. 병동에서도 꽤 오랫동안 생활하신 것 같은데요.
사실 대학교 시절부터 심평원이란 공공기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왜였냐면 당시 심평원에서 일선 간호대생을 대상으로 각종 설명회와 견학을 진행했는데, 그 행사에 간호대생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부터 심평원 이란 조직에 반해 심사직 간호사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어요. 그래서 대학병원 병동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8개월 동안 데이나 나이트 근무가 끝나고 시간을 빼 심평원에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했어요.
Q. 심평원 심사직 간호사로서 횟수로 4년째 근무하고 계시는데, 생활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조금 식상한 답이 될 수 있지만, 심평원에서 심사하는 의료비를 심사의료비라고 하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제가 입사하던 2014년엔 62조 정도였는데, 작년에 73조를 넘었고 비급여 항목이 급여가 되면서 앞으로 계속 증가할 텐데,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내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한다면 심평원 사내자격증이 몇 가지 있는데, 올해 EBRM 마스터 자격시험에 합격한 일이 생각나네요. EBRM(Evidence Based Review Manual, 근거문헌 활용지침)은 기본적인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통계적 개념과 논문을 검색하고 요약까지 할 줄 알아야 취득할 수 있어요. 생소한 개념이 많고, 실습에 시간제한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합격해서 몹시 기뻤다. 나의 업무역량이 한 단계 올라간 계기가 돼 더욱 보람된 경험이었어요.
Q. 조심스럽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에요. 최근 의료계에서 심평원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특히 심평원 심사 조정을 문제 삼는 동시에 이를 심사하는 심사직 간호사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속상할 것 같아요.
심사직 간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공정한 것일 거예요. 심평원은 모든 업무를 관련 법령에 의해 수행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서나 공평하고 일관성 있게 업무를 처리해야 해요. 없을 것 같지만 애교스럽게 "한 번만 봐달라"나 "잘 부탁한다"는 말 자주 듣는데,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해요. 의료계 비판에 대해서는 심사 업무를 하다 보면 조정이 발생하는데,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저도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문헌적인 근거를 토대로 마련한 기준이 정해져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인정이든 조정이든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마음을 다잡고 근무하고 있어요.
Q. 말씀을 들으니까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심사로 인한 민원으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심사직 간호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태도가 있다면, 적극적인 자세일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배우는 것, 급여기준을 적극적으로 찾고 적용하는 것, 민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답변을 주는 태도일 것 같아요.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배워야겠다는 태도도 중요해요. 심평원의 업무는 고도로 전문화·세분화돼 매우 다양해지기 때문에 일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는 짧게는 회사 내·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내년쯤에는 보건대학원에 진학하여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어요.
Q. 이제 '나는 간호사다'의 공통 질문을 드릴게요. 이 코너가 간호대생들과 신규 간호사들을 위한 직업 탐방과 같은 코너거든요. 간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것만을 꼭 알아뒀으면 하는게 무엇일까요.
'세상은 넓고 간호사가 할 일은 많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정부와 공공기관, 연구소나 일반 기업까지 찾아보면 간호사를 원하는 곳이 많거든요. 보통 간호학과 4학년 1학기면 병원은 다음 년도 신규간호사 모집을 하고, 학생들은 입사 지원을 하게 되죠. 그래서 마치 '간호사=병원 간호사'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 같고, 저도 그랬어요. 물론 병원이 간호사를 간호사답게 만들어주고, 그래서 간호사에게 임상경력은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만 있지 않았고, 임상만이 간호사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행인 건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이 심평원을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길이 트였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