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더딘 신약개발 분위기에 치료옵션마저 부족한 터라, 지난 2015년 국내 시판허가를 받고 진입한 '사이람자(라무시루맙)'는 위암 2차옵션에 허가를 받은 유일한 표적항암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암 2차 치료에 전체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한 사이람자의 국내 보험 급여가 2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의료진과 환자들은 "진행성 위암 분야가 신약 개발에 불모지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만큼 신약에 대한 정부의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진행성 위암 환자의 2차 치료로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을 병용투여할 경우, 파클리탁셀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도록 급여기준이 변경됐지만 사이람자는 병용요법 및 단독요법 모두에서 급여 대상에 제외가 된 것도 우려의 이유였다.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는 "현재로서는 사이람자는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위암 2차 치료 분야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 유일한 표적치료제로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권고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위암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사이람자 급여권 진입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위암 환자 2명 중 1명은 1차 항암화학요법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환이 진행되며, 원격성 전이 단계인 '진행성 위암'의 중앙생존기간은 1년 미만, 5년 생존율은 6.3%로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사용을 승인한 것도,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위암 치료옵션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암 환자들의 경우도 3차 치료 이상의 단계에서 고식적 항암요법으로 옵디보(니볼루맙)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요법을 사전 신청한 요양기관에 한해 우선 연말까지는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딘 개발, 느린 적용…2차 옵션 권고 약물 다수 '1990~2000년 중반 허가'
치료제의 수요가 높은 분야였지만 신약개발만큼은 더뎠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위암치료지침이 대한의학회가 2012년에 발간한 '위암표준치료 권고안'으로 이름을 올린 치료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옵션의 진입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1차 항암화학요법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약제로 파클리탁셀 또는 도세탁셀과 같은 탁센, 이리노테칸, 옥살리플라틴, 카페시타빈, S-1 등과 같이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치료제가 주를 이룬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여러 표적항암제의 임상연구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베바시주맙(카페시타빈+시스플라틴과 병용), 세툭시맙(카페시타빈+시스플라틴과 병용) 등의 표적항암제 임상은 항암화학요법 단독 치료 대비 중앙생존기간 또는 무진행생존기간의 유의한 연장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표적치료 옵션 확대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차 항암치료의에서도 얘기는 다르지 않다. 1990년 후반에서 2000년 중반 사이에 허가를 받은 이리노테칸,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등만 공식적으로 권고되는데 이들 2차 옵션의 연구 근거조차도 대부분 일부 지역에 국한해 소규모 오픈라벨로 시행된 연구에 불과하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사이람자 2.2개월 연장…'허가 초과 사용 인정된 면역항암제 1.18개월?'
이런 상황에서 사이람자는 위암 2차 치료에서 유의한 전체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이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국(EMA)에 이어 지난 2015년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유일한 표적치료제였다.
특히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이례적으로 66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다국가 임상인 'RAINBOW' 연구 결과를 대표적인 근거로 한다.
여기서 9.6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을 보였으며 이는 파클리탁셀 단독요법의 중앙전체생존기간 7.4개월보다 유의한 개선 결과였다. 특히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은 약 20%를 감소시켰다.
이를 최근 위암 치료에 사전신청요법으로 허가 초과 사용이 인정된 면역항암제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한국과 대만, 일본의 49개 기관이 참여해 '표준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견디지 못하는 절제 불가능한 진행 또는 재발위암'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앙전체생존기간(OS)은 위약군이 4.14개월인데 반해 면역항암제는 5.32개월로 약 1.18개월의 연장을 보였다.
이는 사이람자가 위암 2차옵션에서 2.2개월의 전체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나타낸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