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반복 처방이 나오는 경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대리 발급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나오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 대리 처방을 허용할 경우 대면진료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14일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에 의한 대면진료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예외적 상황을 허용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능하고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처방전을 대신해 받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환자가 대면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의사를 만남으로서 환자의 건강상태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혹시 모를 의료사고와 약화사고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의료법이 통과되면 대면진료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뿐더러 환자에 건강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약물 오남용 등의 약화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협은 지난 2000년 아파요닷컴이 2일에 걸쳐 약 13만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7만 8천명의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한 사례를 꼽았다.
자칫 이러한 법률이 통과되면 이러한 사례가 생겨나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자칫 무분별한 처방전 대리발행 등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며 "또한 원격의료와 전화진료로 변질될 우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렇듯 약화사고와 의약품 불법유통, 개인정보 누출과 변도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만큼 이번 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