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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B 없는 병원도 황반변성에 아바스틴 쓰게 해달라"

박양명
발행날짜: 2017-11-20 12:00:59

안과의사들, 허가초과협의체 구성에 기대감 "허가사항 확대" 주장 재시동

허가초과 사용 범위 확대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을 맛본 약이 있다. 아바스틴이 그 주인공.

의료계에 따르면 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은 황반변성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이에 안과 의사들은 아바스틴의 광범위한 허가초과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비단 안과 의사만 하는 주장이 아니다. 국민신문고에는 "20대의 아들이 황반변성인데 일반 서민은 비교적 저렴하면서 효과가 높은 아바스틴의 보편적 투여가 필요하다"는 환자 보호자의 민원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

19일 안과 개원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9월 구성한 약제의 허가초과사용 제도개선 협의체가 안과 의사의 주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다.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제 허가초과가 이슈가 되고 있다"며 "허과초과 약제 논의 대상 1순위가 아바스틴이다.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도 거쳤고 관련 논문도 수백편이 있으며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안과의사들이 쓰고 있는 약이다"고 강조했다.

안과 개원가 한탄 "달라진 건 없는데 불법이라니…"

아바스틴은 2014년 대장암에 급여가 되면서 이외 적응증에 사용하면 허가초과로 묶여 버렸다. 이전까지는 허가초과 형태로 안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한순간에 불법이 돼 버린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과 영역에서는 IRB가 있고 의약품 임상시험 실시기관인 곳에서만 아바스틴을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무분별한 허가초과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르면 IRB가 없고 임상시험도 잘 하지 않는 개원가에서는 아바스틴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아바스틴을 쓸 수 있는 의료기관은 73곳에 불과하다. 모두 대형병원인 셈이다.

안과의사회 또 다른 관계자는 "급여 전환과 동시에 10년 이상 허가초과 형태로 무리 없이 해오던 치료가 통제에 들어갔다"며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졸지에 불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반변성은 악화되면 실명에 이르는 질환으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바스틴 치료가 제한돼 있다 보니 대형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있는 환자들은 돈도 돈이지만 예약을 못해서도 실명 위기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 보니 법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개원가에서 어쩔 수 없이 치료비를 환불하면서까지 아바스틴을 써야 하는 현실이다.

서울 Y안과 원장은 "단골 환자에게는 대학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해도 안 간다. 다른 병원 가야 한다고 권유하기도 사실 어려운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가 실손보험 청구를 하면 아바스틴이 비급여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보험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는다"며 "그럼 치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환불해줘야 한다. 이상한 치료를 한 것도 아닌데 법적인 조건 자체가 안되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아바스틴을 써야 하는 이유? "비용 효과 크다"

황반변성 치료약이 아바스틴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체약이 있다. 그럼에도 안과 의사들이 '아바스틴' 사용을 이토록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아바스틴이 다른 대체약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안과의사회 관계자는 "안과에서 사용을 목적으로 아바스틴 대체약이 있는데 한 번에 약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급여도 제한적이라서 1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환자 숫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바스틴 대체약은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에게만 총 14회까지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여를 제한하고 있다.

그는 "황반변성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 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아바스틴은 병원마다 금액이 다를 수 있지만 통상 한 번에 15만~20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아바스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들도 많다"며 "대표적인 대규모 연구가 CATT 연구다. 120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루센티스와 아바스틴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효과와 부작용 발생비율, 효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아바스틴 허가초과 범위를 확대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분주를 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경기도 Y안과 원장은 "IRB가 있는 대형병원이라고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운지는 모르겠다"라고 반문하며 "감염 위험이 통제된 수술실에서 환자 망막에 아바스틴을 주사해야 하는데 외래에서 하루에 30명씩 주사하는 병원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바스틴 분주로 인한 감염 위험은 멸균해서 사용하면 되는 문제"라며 "기관 수를 엄격히 제한하니 환자가 해당 기관으로 몰리게 되고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