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기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덤핑 경쟁이 과열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일선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덤핑에 대해 수많은 지적과 민원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제제나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A내과의원 원장은 4일 "인근에서 독감 백신 덤핑 의혹이 있어 관할 부서에 이야기해 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특이점을 찾지 못했고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상식 밖의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런 제제 방법이 없다는 것에 한숨만 나온다"며 "언제까지 이러한 비상식적 덤핑을 용인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내과의원 인근의 한 의원에서는 독감 백신 가격을 점차적으로 내려가며 지역은 물론 인근 지방까지 환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 초기 2만원대에 4가 백신을 접종하던데서 나아가 지금은 1만 4천원까지 가격을 낮춘 상황. 인근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A내과의원 원장은 "백신 매입가를 감안하면 아무리 가격을 낮춘다 해도 1만 8천원 이하로는 원가도 보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비상식적인 덤핑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보건소와 관할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원가 밑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비급여라는 이유로 마치 치외법권으로 치부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의료기관과 제약사간에 일정 부분 합의를 이룬 덤핑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백신 접종 시즌이 지나가면서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제약사와 마지막까지 환자를 모아야 하는 의료기관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혹이다.
B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아무리 봐도 제약사와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가격대의 접종가가 나오고 있다"며 "상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제약사는 싼값에라도 재고를 털고 의료기관은 이를 싼값에 받아 박리다매로 환자를 유인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며 "곪을대로 곪아버린 이 구조를 끊어내지 못하면 매년 되풀이 되는 덤핑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