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고가 면역항암제 2종과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가 급여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처방권에 진입했다.
체내 면역체계를 십분활용한다는 작용기전 상 표적항암제와는 선을 긋는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와, 기존 1, 2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이들에 3세대 신약이라는 유효 옵션이 생겼다는데 관계자들에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 신규 항암제의 비싼 약값을 두고는 이전처럼 비용효과 논란이 적잖이 따라 다녔다.
일단 지난 8월21일부터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는 PD-L1 발현율이 각각 50%, 1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 위험분담약제(RSA)로 급여 등재가 결정되면서 환자의 본인 부담률이 5%로 줄었다.
희귀질환인 악성흑색종과 관련해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2종은 지난 10월27일 제13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확대 적정성을 인정받아 약가협상을 앞두고 있다.
급여가 확정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이들 면역항암제 2종의 국내 급여인정 기관은 전국 94개, 다학제적 위원회 구성기관(허가초과 항암요법 신청 투여)은 71개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기준 자료에 따르면, 대상이되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모두는 비소세포폐암에 고식적요법으로 2차 치료 이상에서 급여를 적용받는다.
이외 EGFR 또는 ALK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서 변이에 대한 승인된 치료제를 투여한 후 질병 진행이 확인되고 백금기반 화학요법에도 실패한 경우, 이전 PD-L1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심평원은 "21일부터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약값은 본인일부부담(5/100)으로,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엔 전액 본인부담이 된다"면서 "이전 비급여 치료 중이던 환자 중에 급여기준에 해당되어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경우 보험적용 시점부터 약값 본인 일부부담(5/100)으로 급여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들 면역항암제들의 활용방안을 놓고, 부작용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을 지적했다. 처방 초창기인 만큼 얘기치 못한 부작용 관리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진료가 가능한 병원에서의 사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혈액종양내과)는 "PD-L1, PD-1 계열 면역항암제들은 전혀 다른 작용기전의 약물이 아닌 비슷한 계열의 약물로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급여인정기관에서도 앞으로는 면역항암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 데이터를 모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0일 대장정 약가협상 진통 끝,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 결국 급여
한편 식약처 허가 1년 반만인, 지난 5일부터 T790M 돌연변이가 원인이 된 3세대(EGFR-TKI)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도 약가협상 진통끝에 급여 등재됐다.
제약사와 공단간 이견의 골이 깊어지면서 3차까지 이어진 약가협상에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더욱이 타그리소보다 일찌감치 약가협상을 마친 국산신약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의 낮은 약가가 알려지면서 형평성에 대한 의혹까지 증폭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8월부터 86일에 걸친 약가협상 대장정을 펼친 결과, 타그리소는 월 1000만원에 달하던 항암제의 투여가격은 30만원대로 낮아졌다. 타그리소의 약가협상 과정은 국산신약(올리타)의 존재 덕분에 획기적인 보장성 확대가 이뤄질 수 있었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015년까지 게피티닙 및 얼로티닙, 아파티닙 등 1, 2세대 표적항암제들을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던 터라, 향후 실제 치료 성적 향상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