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된 의사국시 공개 의무화에 의사협회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인재근)에서 논의한 공공보건의료 관련법 등 44개 법안을 심의, 의결했다.
여기에 보건의료인 국가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조항(대표발의:전혜숙 의원)은 법안소위 심사과정에서 삭제됐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법안소위 심사참고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가시험원 그리고 의사협회 모두 '수용 곤란' 입장을 표명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타 국가시험의 경우, 법률로 공개를 의무화한 사례가 없다면서 국시원이 출제 관리하는 24개 직종 시험형태가 필기와 실기 등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시험공개를 의무화할 경우 국가시험 관리 어려움이 따를 소지가 있다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지부는 "법에서 공개 규정 시 직종별 시험문제 성격 차이로 인한 행정적 융통성을 고려할 수 없으므로 재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시원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률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험문제를 공개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보완을 주문했다.
의사국가시험의 경우, 2012년부터 필기시험 문제는 공개하고 있으나 실시시험 문제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관련단체 의견을 통해 "공개여부를 법제화해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므로 충분한 연구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의사협회 의견은 무슨 의미일까.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실기시험 문제까지 공개를 의무화할 경우, 의대생(의전원생 포함)들이 의사가 되기 위한 여러 소양을 쌓기보다 의사국시 시험 출제경향에 매몰될 수 있다"면서 "필기와 실시시험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분을 점검하는 것이다. 자칫 실시시험 문제집만 공부해 과거 서남의대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국시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를 공개하면 의사국시 합격을 위해 족보에만 집중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대생들 생각은 다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협회(이하 의대협) 류환 회장은 "의사국시를 본 의대생(의전원생 포함) 중 왜 실시시험에서 떨어졌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실시시험 공개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하고 "필기시험 공개 이후 의대생 만족도가 높아졌다. 실시시험을 공개하면 출제 경향을 알고 문제가 어려워지면 의학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류환 회장은 "학생들은 실시시험 공개 의무화를 기대했다. 의사협회에서 어떤 방식을 통해 국회에 의견을 전달했는지 모르겠지만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시원은 2018년 상반기 한의사 필기시험을, 하반기 방사선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의무기록사 필기시험을 공개할 계획이다.